무심중에 자기 또는 자기 조상에게 욕이 되게 말을 하는 것을 망발(妄發)이라고 한다. 그래서 충청북도의회가 참으로 할 수 없는 말, 스스로를 욕되게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망발이라 규정하는 것이다. 지난 4일, 충청북도와 충청북도의회가 조례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현행 주민감사청구제상의 청구인 수가 1천 50명으로 돼있어 사실상 제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그 수를 300명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부혁신추진위원회’의 권고 안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 없이 미루어 놓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였다.

나아가 충청북도의회 행정기획위원회는 “도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감사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감사청구제도 청구인 수가 완화될 경우 무분별한 청구로 행정혼란이 예상된다”는 망발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충청북도의회의 대처는 주민의 대의기관, 집행부에 대한 감독기관으로서의 기본자세에 문제가 있음은 물론 견제의 대상인 충청북도의 주장과 입장을 오히려 지지옹호 하는 몰골이어서 의아심을 떨칠 수가 없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도의회라면 어찌 감히 주인인 주민, 시민단체의 뜻을 거슬려 집단이기주의적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오히려 감시 감독, 견제의 대상인 집행부, 충청북도와 맞장구를 치는 허수아비노릇까지 하는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충청북도의회가 망각하고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전향적 자세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첫째, 애초부터 이 문제는 충청북도의회가 충청북도와 간담회를 갖고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 충청북도의회의 페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 못돼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협의를 하면 집행부가 개정을 해달라 요구라도 할 줄 알았는지 삼척동자도 웃을 노릇이다. 물으려거든 주민이나 시민단체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일 처리 행태 하나만 보아도 의회가 집행부의 시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헛소리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의회 고유의 업무를 굳이 집행부와 협의하는 모습을 보면, 대 집행부 의회 질의 시 집행부 실무진에게 질문 내용을 요약해 달라 부탁을 한다는 이야기가 과연 허구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둘째, 충청북도의회는 이번 문제에서 근본적으로 사명감을 망각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핵심기능은 주민대표, 행정감시, 법률제정, 최고의결 기능 등인 것이다.

때문에 주민 편에 서서 대표성을 갖고 집행부를 감시 감독하며, ‘청구인수’ 완화 같은 조례 등을 제정하고, ‘주민 감사청구’ 같은 ‘청원수리권’을 행사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이런 기본적인 의무이자 권리인 기능을 포기하는 직무 유기행위인 동시에 주민 배신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가 제구실을 다 하는 자세를 견지했다면 ‘중앙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가 있기 전에 능동적으로 청구인 수를 줄이는데 앞장섰어야 할 일이다.

셋째, 충청북도의회는 ‘강 집행부’ ‘약 의회’ 제도로 운영되는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제도적으로 제한된 지방의회 스스로의 역할 수행 능력 함양을 위하여 주민이나 시민단체와 제휴하여 시너지효과를 거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와 맞장구를 친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의미를 내팽개치는 처사로밖에 볼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도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감사기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의 청구권 행사는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충청북도의회의 자세는 시대 흐름을 모르는 어린이의 투정 같은 발상이다.

넷째, 충청북도의회는 ‘시민단체’의 존재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 정치, 행정의 현실은 제4부인 언론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한 축인 지방의회의 행정에 대한 견제나 감시 감독은 이미 한계성을 드러내 이제는 시민 개개인이 직접 나서서 감시, 감독,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의 결과로 제5부로 지칭되는 ‘시민단체’의 출현을 불가피하게 만든 것이다.

‘공무원직장협의회’ 까지도 공무원집단의 대내적 투쟁을 위하여 시민단체와 제휴하여 힘을 얻는 모습을 못 보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다섯째, 충청북도의회는 만신창의가 되어 주민 앞에 죄인 의식을 갖던 머지 않은 지난날의 기억을 까맣게 잊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불법, 부당, 비리로 얼룩져 줄줄이 형사처벌을 받던 그 처절한 모습 앞에서 다짐했던 ‘주민을 위한 멸사봉공의 자세’를 까맣게 잊고 주민을 의식하지 못하는 고자세가 되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아직도 주민 사이에서는 의회무용론, 의원함량미달론, 집행부시녀론 등이 사라지지 않은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충청북도의회는 스스로의 과오를 솔직히 시인하고 주민, 시민단체의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수용하여 ‘규제개혁추진위원회’의 권고대로, 집행부의 눈치를 벗어나 즉각 ‘주민감사청구인 수 조정’ 조례 개정에 임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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