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족, 뉴질랜드 가다
후카폭포의 장엄함에 빠지다 <12>

타우포호수(Taupo Lake)는 짙은 안개에 잠겼고 아내의 발목은 퉁퉁 부어있다. 호숫가를 산책하려던 계획도 부은 발목 때문에 취소했다. 엄마 발을 바라보던 형빈이는 ‘호호’하고 불어주면 다 낳을 거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한다. 윤지도 질세라 엄마 발에 파스를 부쳐준다. 아내는 괜찮다며 빨리 안개가 걷히고 아이들이 맑은 하늘과 타우포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픈 자신보다 이곳까지 여행 와 아이들이 제대로 볼 수 없을까가 더 걱정인 듯하다. 부모란 자신의 상황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늘 자식의 울타리가 되기를 마다않는 존재인가 보다.

타우포호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와이카토강(Waikato River)의 발원지로 화산이 분출해 생겨났다. 면적은 616㎢로, 서울시 총면적이 605.21㎢이니 그 규모를 짐작 할 수 있다.

호수 주위에는 군데군데 온천수가 흘러나온다. 호수 끝은 수평선과 맞닿아 있고 물결이 파도를 친다. 날씨가 맑으면 호수 너머로 루아페후산이 보인다고 한다. 타우포는 이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도시다.

호숫가로 이동했다. 흑고니, 천둥오리, 갈매기, 참새 등이 우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흑고니(Black Swan)는 우리 앞으로 다가와 포즈도 취해 줬다. 호숫가 주위의 연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유황온천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용출돼 호수로 흘러가며 작은 쉼터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둥그렇게 발을 담그고 앉아 여유를 부린다. 다른 관광객들도 아이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앞에는 흑고니가 자태를 뽐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곳 호숫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NO BOATING! ONLY SWIM(보트는 안돼요! 수영하는 공간이랍니다)’ 그리고 깨끗하고 근사한 공중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다. 어젯밤을 이곳에서 보냈더라면 아침에 수영이라도 했을 것을….

타우포시내의 주도로인 통가리로 도메인(Ton gario Domain)으로 들어섰다. 제법 큰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다. 대형 체스판(Giant Chess Set), 정글놀이, 그네, 시소, 기차 등이 있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그 옆에 슈퍼루(Superloo)라는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입장료는 50센트이고, 호수에서 수영을 한 사람들에게는 2달러 50센트를 받고 따뜻한 샤워를 제공한다.

근처에 타우포 도서관(Paupo Publis Libray)도 자리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 도서관으로 갔다. 학교 선생인 아내는 학교, 도서관, 방문자센터 등에 관심이 많다. 아내는 도서관의 사서들이 노년층인 것과 직원들이 이용자들의 문의사항들을 꼼꼼하고 편안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또 학교 또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물었다.

우리 지역의 도서관과는 달리 인기 대출 도서를 별도로 정리해놓은 곳도 아내의 관심을 끌었다. 도서관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이 책을 보고 있었다. 자유스러우면서도 조용함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학습놀이 공간, 개인 학습 공간 등도 눈에 띤다. 

11시가 넘어 버렸다. 서둘러 시내 중심가를 빠져나가 후카폭포로 향했다. 록앤로프(Rock`n Ropes)가 보인다.

록앤로프는 어드벤쳐 코스로 어린이들에게 도전과 성취감을 고취시킨다. 또한 집단 활동은 낯선 이들과 친구가 되고 개개인은 서로에게 친근감을 갖게 한다. 아버지와 어린 자녀들이 도전정신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여 자신을 이겨내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스스로를 극복해내는 과정은 성장기를 넘어 어른이 돼서도 삶의 중요한 영역이다. ‘용기 있는 사람이란 공포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공포와 싸워 이기는 사람입니다’는 넬슨 만델라의 말이 떠오른다.

화산활동센터(Volcanic Activity Center)를 지나니 와이라케이 지열발전소(Wairakeei Geothermal Power Station), 새우농장(Prawn Farm), 후카폭포 제트(Huka Falls Jet)가 나란히 있다. 제트보트 예약을 하려는데 3시 밖에 없단다. 이런 어쩌나! 이곳에 먼저 왔어야 하는데! 고민이 많이 된다. 꼭 해보고 싶었던 체험이라 예약을 했다.

지금부터 남은 약 두 시간을 새우농장에서 보내기로 했다. 새우농장은 온천물을 이용해 새우양식을 하는 곳으로 뉴질랜드의 농업기술의 수준을 엿보게 한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낚싯대 4대와 꼬마 양동이 두 개, 미끼 두 통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여기저기서 감탄과 탄식의 소리가 교차한다.

드디어 제트보트(Jetboat)에 올라탔다. 시속 80km로 달리며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릴을 보여준다. 360도 회전을 하며 튀어 오르는 물보라는 짜릿한 감동을 준다. 제트보트 물살에 흑고니와 오리는 화들짝 놀라 물살을 가르며 길을 내 준다. 몰려오는 물보라에 눈을 뜨기 힘들다.

카메라를 들고 가족들의 모습을 앵글에 잡는다. 물에 젖은 생쥐처럼 보이지만 얼굴은 해 맑다. 후카폭포 코밑에 도착했다.

고운 옥색의 물줄기가 부서지며 포말을 만들고 굉음을 지른다. 장엄하고 놀라운 광경이다. 후카폭포는 타우포에서 발원한 와이카토강이 너비 약 100m 폭으로 흐르다 어느 지점에서 폭이 좁아지고 불규칙한 계단형태의 너울을 만들다 낙차가 좁은 협곡에 이르러 유속이 급격히 빨라지면서 하얀 물거품을 품어 낸다. 후카는 마오리어로 ‘물거품’이란 뜻이다.

폭포 위의 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아내와 아이들은 얼굴에 물을 뒤집어쓰고도 좋아라 한다. ‘와~’하며 지르는 고함이 물줄기 속에 잠긴다.

제트보트를 마친 아내와 아이들은 아드레날린의 과다분비로 심장이 펌핑 된 듯 상기돼 있다. 타우포 호수가 만들어 낸 와이카토강의 제트보트는 안전하해 5살 이상이면 탈 수 있는 수상 레포츠이다. 타우포에서의 하루를 마친 아내는 발의 부기도 빠진 듯 하다며 마냥 즐거워한다.

글·사진 박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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