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이후 파괴된 재현의 이미지는 철저한 내면에 대한 물음의 반복을 거쳐 본질에 접근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 서양의 모더니티이고 그림으로 말하자면 서양근대미술이다. 세잔느에 의해 파괴된 고유의 실제 이미지는 작가 자신의 내면의 이미지로 대체된다. 이런 이미지는 형태의 왜곡과 파괴로 이어진다.

재현에 대한 환영이 형식에 대한 추구였다면 대상의 자기 환원에 의한 이미지 변형은 비형식에 대한 희구이다.

대상의 재현에 대한 작가와 관객의 의식의 변화는 대상을 보는 눈을 자기 내부로 환원하게 된다. 대상에 대한 환영적 재현은 관객과 작가 자신에 대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성찰은 결국 추상적 언어로 대체되어 간다.

어떤 실체를 바라보며 작가가 마음속으로 느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사실적 그림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작가 자신의 마음을 결국 추상적 그림 언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적 실재의 재현이 아닌 내적인 실재의 재현의 단계로 접근하게 된다. 이것은 대상에 대한 외적 탐구가 아닌 그 대상의 내적 탐구를 포함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작가의 내적 심상의 표현은 당연히 포함된다. 이제 그림은 단순한 모양과 색채의 배열이 아닌 작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현대미술의 태동을 인상파 이후로 보는 것은 특정한 목적에 의해 외적인 실재의 재현으로 점철된 미술에 대한 파괴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상파 이후 작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작품을 제작했다기보다는 당시의 시대정신이었던 모더니티에 의한 보다 개성적인 자기작업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자기 개성의 확인은 시대정신과 시대상황의 반영과 더불어 계속적으로 환원되게 된다. 이 환원이 미술에서 평면성 획득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럴 것이다.

<외적 실재의 재현(환영)
에서 내적 실재의 재현(환원)으로> 내적 실재의 재현은 추상화 과정을 겪게되는데 <대상의 재현 - 왜곡(반추상화 과정) - 추상화 - 평면성 획득>으로 이어진다. 대상의 재현(환영)에 대한 예는 앞서 고호와 호베마의 그림으로 설명한 것을 기억하라. 먼저 반추상화 작품을 한 점 보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