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4월15일 모로코 마라케쉬(Marrakesh)에서 열린 우루과이 라운드 각료회의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UR최종의정서와 WTO(세계무역기구) 창설협정문에 서명하였던 당시, 이미 세계경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바 있다.

이 당시에 ‘경제협력(Economic Cooperation)’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었다. 관계당사국들이 ‘경제적 제문제에 관해 양국간 또는 여러 국가간의 합의캙협정캙기구 등을 통해 상호 협력한다’는 의미의 이 단어는 지금에 와서 더욱 효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불과 얼마 전인 11월 14일 카타르 도하의 WTO 각료회의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금 각국은 그 파장을 셈하기에 여념이 없다. 각기 농수산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별 손익계산서를 놓고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생각만 분주한 형편이다. 현 상황을 피하고 싶은 생각이야 굴뚝같지만 오히려 지금의 흐름에서 벗어날 경우, WTO 신체제하에서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형편이어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다자간 충돌(Crash)은 있지만 교섭의 실패는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 각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것은 지역경제의 실상이다. 점점 현실화되어 가는 ‘무한개방’의 시대에 국제적 규범은 국가적 보호막의 붕괴와 함께 곧바로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지역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한 기반을 단시간 내에 세계적 규범의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충북은 상대적으로 높은 농업 비중 일부 대기업과 업종에 편중된 제조업구조, 취약한 서비스업 등으로 인해 WTO 신체제의 출범이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각료선언문의 쟁점사항들에 대한 협상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도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계교역질서 하에서 충북경제의 특수성만을 고집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정치·사회적 논리보다 경제적 논리가 강조되는 국제경제 흐름에 충북경제가 부응할 수 있도록, 지역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지역경제력 격차문제가 점차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중앙정부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우선 중앙정부는 지역균형개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삼 천명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국가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지역균형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 점을 소홀히 할 경우 지역간 경제력 격차 및 낙후지역 문제는 앞으로 국가의 난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상향식 지역정책 수립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개발년대를 통해 하향식으로 유지되었던 지역정책방향이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상하향 병행방식으로 변화되어 왔다. 현재의 방식을 보다 강화하면서 지역잠재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상향식 접근방법의 폭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환경조성과 함께 충북경제 기반을 견고히 할 수 있는 지역차원의 전략 마련도 요청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혁신체제(Regional Innovation System) 구축에 대한 굳건한 방향정립과 매진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 혹은 지역간의 개발차이가 자원부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무적인 지식을 기존자원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조직적 능력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는 최근 지역연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세계화캙개방화에 대비한 지역의 경제여건이 충분치 않다 하더라도, 지역내외의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것 외에 별다른 대응방법이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차별화된 지역산업 진흥, 성장유망기업의 발굴 등 지역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정책과 보다 능동적이고 목표지향적인 통상정책 그리고 시장경제원칙과 기업수요에 부응하는 정책 등의 추진체계를 재점검캙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한개방’과 ‘무한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충북경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준비해야할 것인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현재의 ‘도전 경제’ 시대에는 지역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안목이 지역의 장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 경제학박사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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