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사본공개’는 당연하다는 청주지방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충청북도와 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 아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일제히 항소를 하였다. 이에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1월23일 충청북도 도청 앞에서 항소포기와 즉각적인 사본 공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갖고 지속적인 투쟁을 선언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항소의 부당성은 대략 서너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비공개의 불법, 부당성을 알면서도 항소, 상고라는 삼심제도를 악용하여 시간을 끌어 공개를 지연시키거나 다음 선거시기까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는 근본적으로 도민,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행위이며 나아가서 판공비 부당집행의 치부를 숨기기 위한 술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다음 선거 재출마 시 공개로 혈세인 공금을 부당한 방법으로 낭비한 결과가 드러나 불이익을 받을 비리, 치부를 감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참여자치시민연대는 또 고등법원에 항소만 하는데도 천여 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마저 자신들의 비용이 아니고 공금이어서 혈세가 단체장들의 치부를 숨기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청북도지사나 청주시장 등은 평소 기울이는 업적홍보 자세와는 달리 일체 언급을 피한 체 하부 관련자를 통해 “판공비 공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본공개의 경우 막대한 행정력 소모와 부작용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주민위주의 행정’ 이념을 망각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국민, 도민, 시민, 각 군민들이 판공비의 사본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지난날처럼 더 이상 판공비가 눈먼 돈, 용처를 물어선 안될 돈, 어떤 목적에 써도 좋은 돈이 아니기에 쓴 내역을 일일이 확인 점검해 보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계상해 놓은 액수 외에도 심지어 계·과 운영비 명목으로까지 챙겨가며 남용하고 있는 비리의 실체를 주민은 알아야 하겠다는 것이고, 단체장들이 한사코 앞으로의 제한을 막는 것은 물론 지난날의 치부를 은폐하여야 하겠다는 주민과의 씨름인 셈이다.

또 판공비는 주민의 혈세이기에 알아야 하겠다는 점 외에 어느 누구도 공금인 예산을 투명성 없이 집행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민의 알권리를 넘어설 단체장의 특권은 어떤 종류의 것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나아가서 밝고 맑은 공직 분위기를 위해서도 사본공개는 필수적인 것이다. 하부구조에서는 그 부당성을 다 알고 있는데 근엄한 표정을 짓는다고 위세를 내 세운다고 권위가 서고 어찌 맑고 밝은 공직분위기 형성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행정혁신, 감량경영은 이 시대를 풍미하는 경영, 관리의 이념이다. 단체장들도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낭비성지출을 줄이는 일에 앞장서야 함은 당연하다. 단체장은 열외라는 주장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판공비 사본 공개는 또 공직사회의 정화, 개혁의 촉매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윗물이 맑지 않은 데 어찌 아랫물이 맑을 수 있을 것인지는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주민과 단체장 사이의 이 같은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면서 앞으로 전개될 몇 가지 결과를 예상하게 된다.

첫째, 시민단체들이 경고하고 있는 대로 차기 선거나 공천과정에서 현 단체장들의 비공개 문제가 거론돼 큰 불신을 사게 될 것이다. 불법, 부당, 치부은폐 등등의 불신원인을 갖고 당당할 수가 없음은 자명하다.

둘째, 차기 선거에서는 사본 공개의 문제를 갖지 않은 후보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당락에 심대한 영향을 줄 난감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서둘러 대비책을 강구하되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에서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계속적인 거부로 일관하는 전략이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개선을 요구하여도 관행이라는 관용의 여지가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내년 선거 시에는 지금과 판이한 상황이 될 것은 자명하다. 미리 매를 맞는 게 득이 될 전망이다.

주민의 의식은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단체장들의 전향적 의식변화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단체장들의 시간 끌기, 불가피한 은폐전략, 차기선거를 의식한 대책 등 어떤 전략도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겸허한 자세로 주민, 시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바른 길일 것 같다.

/ 충청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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