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자민련이 62세로 줄어든 교원정년을 63세로 1년 늘리는 법안을 교육위에서 통과시킨 뒤 의기양양하게 잘못된 개혁을 바로잡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밝힌데 대해 교총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잘못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반수에서 1석 모자라는 거야의 골격을 갖춘 한나라당이 자민련과 짝을 이뤄 첫 번째 파워를 보여준 것이 이번 교원정년 재연장건인데 막상 상임위 통과뒤의 국민여론이 따가워지자 정기국회 기간내 처리를 하겠다고 한발 빼는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철회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정치는 무상하지만 이번 파동을 놓고 보면 여당의 현실이 딱한 것은 사실이다. 숫자의 정치로 몇몇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뒤바뀐 신세로 여당이 국회상임위서 퇴장하는 모습을 보면 역지사지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지경이다.

여당 대변인은 ‘국민 80%가 반대하는 뜻을 거스르며 두야당이 교원정년연장을 결정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며 현명한 판단으로 본회의 통과가 되지 않길 기대한다’논평을 한데 반해 한나라당은 ‘그간 교육망국 정책으로 피폐된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단초가 마련됐으며 본회의에서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해 대립이 불가피한 듯 보였지만 전교조의 한나라당 농성과 학부모 단체의 거센 비난, 여기에다 해외순방중인 이회창총재도여론이 너무 나쁘다는 보고를 받고 ‘성급히 처리 하지 말라’고 하는 등 속도조절 중이다.

이번 교원정년 재연장은 시중의 분석대로 야당이 10만표 남짓한 선생님들 표 얻으려다 몇백만표 날린꼴이라는게 대체로 맞는 것 같다. 물론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 국가 백년대계 교육정책이 교단의 혼란과 학력저하 등을 불러 일으킨 점은 분명하지만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일부 교사들을 퇴진시킨 정년3년 단축은 새로운 지식의 전수를 희망하는 대다수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같은 교직사회내에서도 적지 않은 호응을 받은 것은 물론, 심지어 더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다만 그 뒷마무리 잘 안돼 기간제교사니 중초교사니 하는 부작용이 도출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교단 노령화를 조금이라도 방지하고 타성에 젖은 일부 선생님들의 마인드를 환기시킨 것은 자라나는 후학들을 위해서는 다행이라는 의견들이 압도적이었다.

정년이 1년연장 되면 모두 2천여명의 교원이 1년 더 근무할수 있게 되지만 대다수가 교장 교감급이며 실제 평교사는 3백명 남짓이고 사범계 대학 졸업생과 교장 교감 승진 예정자 등 3천여명 가까운 사람들의 임용과 발령이 미뤄지는 차질이 빚어지는 것 외에 갈수록 심화되는 초등교원 부족 현상의 근본적인 해법이 나타나지 않는 모순도 껴안고 있다.

야당이 꼭 몇만표되는 교원들 표만 붙들려고 한 것은 아닐것이고 사기진작과 교원부족 해소라는 두가지 측면을 고려했겠지만 현실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장 3년일찍 교단을 떠난 1만4천여명의 퇴직교사들이 형평성을 들고 반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여기에다 60살(5급이상)과 57살(6급이하)로 1년씩 줄은 일반 공무원들도 헌법소원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며 공기업까지도 그냥 있으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의 20∼30%를 챙기다 나머지 다수를 잃고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도 막대한 타격을 받을 확률이 높은데 한나라당이 왜이리 무리수를 두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 우리에게 보다 필요한 것은 교원 정년 1년연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원뿐 아니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에게 밝은 미래를 안겨주고 당장의 혼란을 제거해주는 정책의 입안과 시행이다.

따라서 능력과 경륜이 인정받을수 있도록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와 초정권적 교육기구를 설치해 교원의 수급과 양성을 고려한 정년연장책 등을 주문하는 교총의 목소리 등을 종합하는 검토가 필요하지 지나간 과거를 놓고 개혁이니 반개혁이니 논쟁을 벌이는 것은 수요자 우선 원칙이 짓밟힌 오늘날의 교육현장에서 볼때는 실로 답답하고 짜증이 나게 하는 짓거리일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