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결렬됐다. 내달 10일부터 1주일간 금강산에서 2차례 이산가족방문단을 교환하기로 했던 전날 합의도 경제협력추진위원회 2차회의 개최장소등과 관련 합의를 이루지 못해 무산됐다.

즉 막판 쟁점이됐던 경추위 2차회의 개최장소를 놓고 남측은 서울을, 북측은 금강산을 고집하는 바람에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성과없이 끝났다. 안타깝지만 질질 끌려다니는 것보다 낫다.

회담 첫 날인 9일 북한은 우리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것을 비난해 회담시작 1시간30분만에 중단시켰다. 다음날엔 비상경계 태세는 북한을 겨냥한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더니 12일에는 비상경계와 관련해 홍순영 남측수석대표의 사과를 요구해 회담을 어렵게 만들었다.

북측의 비상경계조치해제 요구는 한마디로 웃기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왜냐하면 지난5차회담때 이미 이 조치가 취해진 상태에서 회담에 응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아무 언급이 없다가 왜 갑자기 이를 빌미로 삼았는지 그 속내가 의심스럽다.

미국의 민간 두뇌집단인 미태평양협의회 지적대로 “국제사회의 지원에 어느 정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가사의한 나라”라서 그런가.

북한은 우리정부가 승인한 대북사업의 반을 입국 또는 체류거부로 중단시키고 있고 물값을 무려 30배나 올리는가하면 전국체전용 묘향산 채화대가로 100만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의 경수로 공사장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결국 옛 소련연방의 근로자들로 대체케하는 등 신뢰받지 못하는일을 자주해 왔다.

그런데 이들과 회담을 하는 우리의 협상자세도 신뢰가 안가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이 억지를 부리는 것을 잘 알면서도 6차 장관급회담장소를 정하지 않아 이번에 “김정일 장군의 뜻”이라며 금강산으로 하자는데 동의하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햇볕정책의 성과에 연연한 때문인지 30만명분의 결핵백신을 북한에 몽땅주어 3일동안 국내에는 단한병의 백신도 없게 했다.

북한의 환심을 사려는건지 아니면 북한주민이 불쌍해 주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우리국민보다 우선할순 없다. 이건 생각하기에 따라 심각하게 받아들일 사안이다. 또 북한선박이 우리 영해를 침범해도 관용으로 일관하고 북한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경고사격으로 되돌려 보내고도 국민들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이런 때문인지 국민들도 북한에 대해 많이 느슨해졌다. 하기야 대법원으로부터 간첩행위 판정을 받은 전국회의원과 법을 어기고 북한에 들어간 사람이 통일일꾼이 되는 세상이니까. 최근에는 북풍관련 문서가 조작됐음이 법원에 의해 드러났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500만달러를 주고 조작된 자료를 입수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우리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은 또 어찌보겠는가.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데이비드 모턴 북한주재 세계식량계획대표는 “북한은 내년 1월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번 겨울에 61만t의 식량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북한이 각종회담을 배짱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수법이기도 하지만 우리 정부가 번번히 끌려 다녀 고질화 된게 아니가 싶어 여간 씁쓸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북한을 포용해야 관계가 개선 될 줄 알고 많이 양보해 왔다. 이러다보니 자연히 그들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 북한이 달라진건 없다. 이제부턴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북한은 우리국방 백서에 명시된대로 아직은 우리의 적이다. 적으로 규정해 놓고 햇볕정책 때문에 물렁하게 해선 안된다. 회담이나 협상에서도 할 말은 하고 주고 받는 것도 어느 정도 형평을 유지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주기만하다가는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힐수도 있다.

이산가족상봉을 실현하기 위해 ‘이산가족상봉연기는 남측의 긴장조성 때문’이라는 억지를 정당화 시킬 뻔한것이나 홍순영대표가 회담종결 발언에 우리의 정당한 조치를 ‘중립적표현’으로 언급할뻔한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왜냐하면 북측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봉을 눈앞에 두고 연기돼 마음상했던 이산가족들에게는 안될 일이지만 끌려다니는 것은 안된다. 그렇게되면 국민의 정부 내내 끌려 다닐 수도 있다. 남북관계가 다소 경색되더라도 안되는 것은 안돼야 옳다. 그래야 공평한 회담을 담보할수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