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립대 신문이 창간 54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1%가 다시 태어나면 모국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응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일개 사립대생들의 생각으로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들이 다음에 이나라를 지키고 책임져야 할 예비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없다.

이런 사고를 가졌으니 전쟁이 일어나면 싸우겠다는 응답도 45%수준에 머물고있다. 이는 러시아(40%), 캐나다(23%)에는 앞서나 사회주의국가인 중국(79%) 프랑스(62%)에는 크게 뒤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상황을 감안한다면 걱정되는 대답이다.

더욱이 22%가 피난을 가겠다고 한 것은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 좁은 땅에서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외국으로 간다면 돈이 있어야 할 것이고 돈이 있다면 좋으나 좋지 않으나 이땅에서 번 것일텐데 부모들이 번 ‘단물’만 갖고 떠나겠다니 기가 차다.

여기에 우리의 40, 50대 일부가 차기정권에서도 희망이 없어 이민을 가고 싶다는 푸념소리는 우리를 더 맥빠지게 한다. 이들 대학생들이 모국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 으뜸은 정치적 타락을 꼽고 있다. 우리의 정치가 국민들을 실망시켜온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지만 올해 우리 정치인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국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섭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성세대가 어떻게했기에 그럴가 싶어 부끄럽기도 하다.

딱이 정치적 타락으로 볼 수는 없지만 지난7월 동아일보사가 조사한 국민체감지표 조사를 보면 김대통령이 잘한다는 응답자는 30%로 대통령 취임 3주년 조사때보다 15%P나 하락했고 잘못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응답자는 61%로 14%P나 상승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과 정치적 타락을 동일시 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올해 집권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치적 타락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4·13총선때 절대로 DJ와공조는 않겠다고 목청을 높여온 JP의 소속정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해 민주당의원 3명을 빌려준 후 그래도 모자라자 ‘자민련으로 가면 내가 장관을 할것’이라고 장담하는 의원을 임대해 결국은 장관을 했으니 어떤 설명을 해도 그건 정치적 타락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중앙 일간지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면서 국내외 언론단체들의 저항이 거세자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모 중견기자의 저서에서 ‘계획된 조사’쪽에 무게가 실린 것 역시 그냥 외면하고 지나칠 일이 아닌 것 같다.

또 지난 대선때 경선결과에 따르겠다고 국민에게 공언을 해놓고 2위로 밀리자 탈당해 출마한 의원도 언론의 여전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에게 정치인은 이렇게 말을 뒤집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했으니까. 야당 역시 잘 한게 없다. 그 때문인지 우리 정치인들이 한국사회에서 변해야할 7대집단중 1위에 올라있다.

우리정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도 4위다. 이는 4·13총선 1년후 국민체감지수조사에서 맛보기로 드러났다. 93%가 국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니 국회의원이 잘못한 것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척은 할 수 있어도 국민을 속이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아니면 철면피거나. 왜냐하면 그동안 수없이 선진국을 다녀왔고 국정감사를 통해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파악했을 텐데도 고쳐지는게 별로없다.

특헤와 특권은 누리고 국민에 대한 의무와 책임은 어물쩍 넘어가다 동생이나 자식뻘 되는 대학생들한데 성토당한 꼴 아닌가. 그럼에도 자각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가 산하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두고 정치자금 투명성확보, 의원전원에 대한 의정활동평가 발표,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개정운동을 벌이겠다고 했겠는가.

어느곳이나 부정적인 면은 있기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해 놓고 법대로 시행하면 얼마든지 해결 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기본이 돼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국민의정부들어 나온 무슨무슨 게이트도 기본대로 처리하지 않아 의혹만 증폭시켰다.

말로만 사회정의를 실현할게아니라 법이 만인에게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힘든일은 현정권에서 다음 정권으로 계속이어지지 않으면 젊은이들은 이 나라를 떠나려 할 것이다. 선택하지 않는 모국 이 얼마나 부끄러운 얘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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