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가 ‘충북여성발전 3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2004년까지 추진될 여성발전계획은 정치, 행정분야 여성주류화 정책 등 모두 35개 정책과제 94개 항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북도는 이 계획에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마련된 각 분야의 여성발전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거창하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보면서, 참으로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연 이 계획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경우 비록 공식적, 법적 제한은 없다 하지만 아직은 비공식적, 관습적 성차별 관행이 여전해 그간 중앙정부 차원에서 만도 이런 광범하고 완벽한 여성발전계획이 마련되었지만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추진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중대한 정책을 한시적으로 기간을 정해 추진한다는 소극적 자세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여성의 위치나 지위가 사회발전이나 경제성장의 수준과 비교해 균형이 맞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 차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충청북도의 계획은 늦은 감은 있으나 매우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런 거창한 계획보다 우선 충청북도에서부터 ‘여성할당제’ 하나만이라도 제도적으로 정해 철저히 시행하여 실효를 거둘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 충청북도가 여성관련 정책이 없어 오늘의 모습이 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 평균수명과 교육수준, 소득 등을 종합해 남녀간의 차이를 살펴보는 1997년 성별평등지수(GDI)에서 35위를 차지했으나,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정치, 경제영역에 얼마나 진출했는가를 반영하는 성별 권한 척도(GEM)에서는 7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정책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 등의 문제를 해결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익을 향상시켜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이루려는 포괄적인 국가정책을 의미한다고 볼 때 이번 충청북도의 발표 내용을 보며 수없이 되풀이해 온 전례를 돌아 보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의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여성할당제’가 활용되지 않고는 그 거창한 계획만으로는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과 관행은 오랜 세월에 걸쳐 체질화한 것이고, 그 형성과정이나 방법이 대부분 관습, 통념,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 따라서 여성의 사실상,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 방법 중의 하나가 ‘여성할당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북구라파 및 서구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여성할당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남녀 중 어느 한 성이 일정비율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대만은 1947년부터 여성 20% 할당제를 도입했고, 일본은 사회민주당이 15%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도 1978년부터 10% 여성할당제를 실시, 여성의원 비율이 1975년 4.8%에서 1990년 13%로 증가했다.

이렇듯 여성할당제는 한 나라의 관료제가 그 나라의 인구구성의 특징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대표관료제의 뜻을 살리는 제도로 볼 수 있다. 우리 상황에서 여성할당제는 소외집단의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경우를 보아도 여성의 사회 진출에 이런 종류의 제도적 육성책, 장치가 없이 여성의 참여 비율이 몇 가지 정책의 수립만으로 저절로 증가한 나라는 없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따라서 충청북도가 아무리 좋고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한시적 추진 하나만으로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일이라 보기 때문에 충청북도가 ‘여성할당제’ 하나만이라도 철저히 이행하고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노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성할당제’ 시행이 없는 여성정책은 공염불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것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이행하여 여성에 대한 차별, 억압, 불이익, 착취의 문제를 해결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익을 향상시켜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이루는 토대를 구축하기 바란다. 충북여성정책협의회의 추진 상황 점검의 초점도 여기에 모아져야 한다.

/ 충청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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