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일 우리나라가 중국마늘에 315%의 긴급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촉발된 마늘분쟁은 15일 수입비용을 전경련과 대한상의에 각각 3억원씩을 분담시킴으로써 매듭지어졌다. 협상시작 한달만인 작년 7월22일 미수입분 민간쿼터물량 1만300톤을 금년 4월까지 전량 수입키로 중국과 최종합의한후 1년만에 내부정리가 완료된 셈이다. 무역협회가 부담키로한 11억원이 너무많다고 이들 단체에 참여를 요청해 두단체가 받아들임으로써 일단락된 것이 씁쓸하다.

농수산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가 3등분해 수입금액을 부담키로한 이 고육책이 우리정부의 부처간 비효율에서 비롯된 것 같
기 때문이다.

협상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망신을 당하는지, 왜 부처간에 비용을 분담하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의 능력부족과 연관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중국을 너무 쉽게 보다 낭패를 당한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하다.

중국은 등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해온 나라다.

천안문사태로 권력에서 밀려났지만 자오쯔양의 개방정책도 이어받아 주룽지를 부총리로 기용하는 등 세대교체도 차질없이 진행해왔다. 이 결과 2자리수이던 실업률과 물가를 잡고 경기과열도 진정시켰다. 정부조직도 구조조정, 국무원의 40개 각료조직을 29개로 줄였다. 9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선 한국과는 호혜협력, 북한과는 우호관계라는 외교방침을 재확인, 등거리 외교노선을 택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기업, 금융, 공공 등 4대 개혁은 아직도 매듭지어진 것이 없다.

국민의정부 출범후 하위직 공무원의 구조조정이 고작이었다. 장관수가 19명으로 인구가 우리의 7배가 넘는 미국보다 4명, 일본보다는 2명이나 많다. 여기에 34개월동안 차관 경력자가160여명이 넘고 있다. 중국과는 달리 전문화와는 거리가 먼 인사를 했다. 이렇게 자주 바꾸고서 행정의 효율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세계화시대는 곧 무역전쟁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분단으로 엄청난 국방비를 지출해야하고 안보유지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절박한 입장에 있다. 아울러 주변 강국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성이 부족한 탓인지 협상할일도 자주생기고 경제강국 일본과 강국으로 부상하는 거대한 중국의 틈새에서 버텨나가기도 만만치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중국에서의 한국제조경쟁력조사에 따르면 석유, 종이, 염색직물 등 단순가공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머지않아 중국이 자체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와 무관치 않다. 또 중국의 미국과 일본의 시장점유신장률이 우리와는 비교도 안된다는 점이다.

중국의 미국시장점유율은 90년 3.1%에서 지난해에는 8.2%로 2.7배, 일본시장은 5%에서 14.5%로 거의 3배가 늘어났다. 반면 우리의 미국시장점유율은 3.7%에서 2.3%로 오히려 떨어졌고 일본시장은 5%에서 5.4%로 10년동안 0.4% 신장되는데 그쳤다.

우리의 노사가 화합하지 못할 때 중국은 싼 임금으로 우리의 수출시장을 파고들어 기반을 다져온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인건비의 10%에 불과한 중국이 올림픽을 전후해 세계강국이 될 것은 보나마나다. 더우기 중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 투자유치국이다. 오는 11월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 농업과 다자간통상분야에서도 우리의 입지가 좁아들 수밖에없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무역파고를 극복하기위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작년에 비해 9배나 늘어난 생강수입, WTO가입으로 황기 등 20여개 한약재시장개방이 불가피한 실정속에서 농민들의 반발과 중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해결책은 오직 원칙에 충실하고 모든 개혁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 뿐이다. 기업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더는 나오지 말아야되고 높은 세금과 준조세가 걱정이돼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기계와 공장을 옮겨가는 것도 더는 없어야 한다. 특히 부처간 이기주의로 외교통상부 등 3개부처가 감사원의 특감을 받는일은 치욕으로 받아들여야한다. 이런 풍토속에서 국민의 정부나 제2의 건국을 외쳐대봐야 그건 만용하다. 우리를 속속들이 아는 강대국들은 이를 어떻게 볼것인가. 그저 부끄러울뿐이다. 마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매달 개최키로했다고하니 잘못하다가는 IMF체제를 다시 맞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무역마찰에 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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