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가 야심을 갖고 칼을 빼든 구조조정의 현재 성적은 몇 점 정도일까?

하루아침에 통폐합으로 잘 다니던 회사의 이름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서로 다른 기업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이 갑자기 한지붕으로 뭉쳐 ‘동거’를 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주소가 아닐까?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회사이름이 거론됐던 곳은 경중은 다르지만 거의가 딜(deal) 신드롬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빅딜의 미명 아래 자행됐던 여러가족의 한지붕 합치기가 여기저기 서 헌집에 빗물이 새는 소리가 들리지만 방을 따로 쓰는 주인들끼리도 마음이 맞지않아 내 돈, 네 돈 따져가며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수리는 커녕, 이제 누구하나가 포기하고 집을 나가줄 때까지 기다리는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은 농협과 축협이 통합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요즘 농협노조는 1년의 자축은 커녕, 물리·화학적의 비결합 때문에 심한 내홍을 앓고있으며 급기야 파업운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몸집과 업무영역이 다른 두 집단을 한몸으로 묶어 점포축소 등을 통한 조직과 구조정비로 경쟁력을 갖춘다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양기관의 직급, 급여체계 등의 상이점으로 가장 중요한 인사상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 채 서로가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지내고 있다. 통합과정에서 축협회장은 국회에서 자해를 하는 소동까지 벌이는 등 극렬반대를 했었다.

이를 두고 어느 중견간부는 ‘중매쟁이(정부)가 나서 결혼을 성사시켰는데 농협으로 시집오는 여자(축협)가 친정의 빚까지 잔뜩 떠 안고 와 빚을 갚고 나하고 살려면 살아라 하고 어거지를 쓰고 있는데도 중매쟁이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결혼 물리자고 할 수도 없고 해서 속끓이고 결혼생활한 것이 바로 ‘통폐합의 자화상’이라고 비유하면서 씁쓸하게 웃는 것을 본적이 있다.

참으로 적절한 비유라고 무릎을 치면서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해서 통합을 시킨 효과가 과연 있는 것인지 그 중매쟁이에게 물러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더구나 한쪽은 한국노총, 다른쪽은 민노총 등의 노조형태로 이것도 줄기가 달라 의견조율이 되지않는 바람에 구성원들의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다.

IMF전 충북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흡수된 이후 나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정부지원으로 연명하다 외지유치로 겨우 기사회생하며 이름도 생소한 하이닉스반도체로 지역민들에게 서글픔을 주고 있는 이 회사의 경우도 거의 비슷해 흡수를 당한 LG반도체 직원들의 서러움은 퇴출 등의 충격은 말할 나위도 없고 조직간의 갈등이 빚어져 정상적인 시스템의 가동이 어려운 지경으로 빅딜 무용론과 현대서 LG에 되레 사가라고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패한 빅딜의 모델이 되버렸다.

더구나 세계 IT산업의 불황으로 영업력이 형편없어진 이 시점에서 LG는 속으로 ‘고것봐라’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조흥은행도 충북은행 합병 후 점령군으로서 정토작업으로 충북은행 출신 청소와 점포축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위세를 부렸지만 밑바닥에는 본바닥출신들의 분노와 저항이 스멀스멀 남아있는 것 같다.

이렇듯 10여군데 국내 굴지기업 및 금융기관, 공기업들의 인위적 통폐합으로 인한 후유증은 노사관계부터 현격히 다른 전기업의 문화와 구성원들의 감정까지 겹쳐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어 기업경쟁력 강화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게 오히려 약화시키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영자들이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구조의 독특성들을 볼 때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헤쳐모여’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사람이야 손 한번 흔들면 그만이지만 남아있거나 그전에 타의로 쫓겨난 사람들의 심정은 좋을 리가 없을 것이다.

정부 말대로 구조조정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철들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무슨 힘자랑 하듯 밀어붙이기를 해서는 절대 절반의 성공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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