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지사에게.

사상최악의 가뭄을 이겨내느라 이번 초여름은 그 어느 혹서 때보다 더 심한 목마름을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단비로 인해 해갈이 되고 이제는 오히려 수방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지경이니 자연의 힘 앞에 사람은 너무나 무기력함을 또 한번 느끼게됩니다.

석달 이상 논밭이 타 들어가는 우리지역의 곳곳을 누비면서 중앙부처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정부 지원금을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노력한 점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고 있긴 하나 그 한켠에는 도백으로서 당연한 책무라는 냉정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사께서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천 촌놈이 갖은 난관을 이겨가며 우리나라 수도의 행정책임자를 지내다 전임자들의 부실과오를 그대로 뒤집어쓰고 물러나 자연인으로 잠시 있다 대학 총장을 지낸 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치판에 뛰어들어 단 시간내 이말 저말 바꿔 타는 바람에 ‘줏대 없는 기사(騎士)’라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어쨌든 3년 전 도지사 선거에서 여봐란 듯이 당선이 되어 벌써 내년을 걱정해야 할 시간까지 다다랐으니 세월의 빠름은 여느 해와 다름이 있겠습니까마는 느끼는 사람마다 체감은 분명 다를 터이고 이 지사 역시 벌써 3년이 지났나하는 아쉬움이 훨씬 많으리라 여겨집니다.

과거 임명직 지사때보다 환경도 많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유권자들을 의식해야 하는 선출직으로 순수한 행정의 추진보다는 정치적인 고려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을 만났을 때 적지 않은 고민을 했었을 것이고 그러는 사이에 본인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행정전문가에서 변신해 어느새 정치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적은 없는지요.

어쨌든 이 지사는 분명 당적을 갖고있는 정치인이고 그것을 내년선거까지는 유지를 해야하는 만큼 그것이 짐이 될런 지 어쩔런 지는 알 수 없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분위기로는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지리라 하는 것과 그래서 앞으로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며 그와 더불어 주위에서 지사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자연스럽게 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지사의 업무스타일은 흔히 전임자와 많이 비교되곤 합니다. 주병덕 전지사가 덩치에 걸맞게, 스케일 크게 추진력으로 대소사를 밀어부쳐 때로는 구설수에 오르고 한 반면, 이지사는 외유내강형이라고 할까. 뭐 그런 식으로 흔히 비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다 이지사가 워낙 달변인데다 임기응변도 남못지 않아 그런 것들이 어떤 궁지에 몰렸을 때 ‘너무 잘 빠져나간다’는 곱지 않은 시각을 주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시겠지요.

3년 동안 많은 일들을 했지만 지사의 지역개발 기본 컨셉인 ‘체인지21’의 완성을 위해 남은 기간이라도 좀더 적극적인 추진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선 역점사업인 오창과 오송단지, 그리고 밀레니엄 타운조성, 공항활성화, 청주 특급호텔 건립문제 등의 완결편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지사는 오창단지나 오송에 관해 낙관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수도권 공장총량제 등으로 악영향이 전혀 없지 않은 것 같으며 밀레니엄 타운도 본가지는 놔두고 곁가지인 대중골프장에 발목을 잡혀 일부 계획이 유보되는 등의 진통을 겪는 것을 볼 때 전임자였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하는 쓸데없는 가정을 해보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리고 약간 순위에는 밀리지만 공항과 연계한 특급호텔의 추진도 일부의 반대로 시일만 보내는 상황 등은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하며 정치적 눈치가 아닌 행정 차원에서 때로는 강공도 필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마치 일부의 목소리가 전부인 양 상황을 압도하고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침묵하는 상당수의 동조자들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충북도가 중앙에서 시행한 여러 가지 평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점 도민의 한 사람으로 긍지를 느낍니다만 그러한 상훈들이 과연 주민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고 생활에 변화요인이 됐는지 직접 살펴본 적은 있는가요. 흔히들 ‘공무원들이 상 받았지 우리가 받은 것이냐’ 하는 냉소와 외면의 한 가운데 서 보신 적이 있는가요? 정보화의 일등도민도 얼개는 그럴싸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쨌든 1년이 될 지 5년이 될 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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