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영조 때 실학자인 성호 이익선생의 글 가운데 선비가 뜻을 가지고 살기에 합당치 못한 생태적 조건을 다섯 가지로 요약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입고 먹을 의식이 모자라면 살지 못할 곳이고, 둘째로 선비
의 기풍이 사그라지면 또한 그런 곳이며, 셋째로 폭력이 심하면 살지 못할 곳이다. 넷째로 사치하는 풍습이 심하면 살 곳이 못되며, 다섯째로 시기와 의심이 많으면 살지 못할 곳이라고 했다.

아울러 성호 이익선생은 현명한 선비는 이런 조건들을 잘 가려서 취하고 버릴 것을 냉정히 분별하여야 할 것이라는 교시도 잊지 않았다. 이 글이 쓰일 당시와 지금은 격세지감이 있어 살지 못할 곳의 조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전체적 맥락으로 보아 귀감으로 삼을만하다 할 것이다. 과연 우리가 오늘날 살지 못할 다섯 곳을 열거하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 것인지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오늘의 시각에서 본다면 우선 환경이 파괴된 것에서 살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수질 오염 및 대기오염은 생활환경의 기본이 되는 요건이 될 것이다. 다음 사회적 문화적 생활환경의 낙후는 삶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모두가 대도시로 모여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환경의 낙후는 특히 중요 변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서 치안이 확보되지 않은 곳도 살 곳이 못됨은 자명한 일이다. 도둑, 강도가 들끓고 치안상황이 불안하다면 마음놓고 살수가 없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역사적 전통과 미풍 양속의 기풍이 살아 있는 고장이어야 한다 할 것이다.

이렇게 다섯 가지 중 한 두 가지 외에는 오늘날과 일치할 수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청주, 충북의 건설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다. 우리 모두가 슬기와 끈기를 다해서 기어코 이루어야 할 꿈이요 바람이다. 자칫 빠지기 쉬운 외면적 미화와 물량적 확충만의 폐단을 극복하고, 시민 각자의 보람있고 알찬 사람다운 삶이 실현될 수 있는 참다운 인간의 도시, 고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우리 모두의 지혜와 경륜이 왼 통 집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생활 환경은 근대화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성취되었다고 볼 수 있는 물질적 향상과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생활 면의 퇴화와 빈곤화가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제 통계상의 여러 가지 지표의 희망적 해석에 기대를 걸면서도 삶은 더 허전해지고 세상은 더 각박해져 가는 느낌을 지울 수도 없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기에 사람답게 사는 데 없어서는 안될 여러 가지 조건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을 갖추어 놓는 일에 관심을 가져 보아야 할 것이다.

성호 이익선생의 오불가처(五不可處), 사람이 살지 못할 곳의 다섯 가지 조건의 교훈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청주, 충북을 만들기 위한 우리 청주, 충북인들 에게는 다시 한번 음미해 볼만한 선인의 예지라 할 것이다.

시민, 도민의 먹고 입을 의식문제를 해결할 경제상황은 어떤가? 바르고 밝은 시민의식과 이웃과 더불어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는 협동의 기풍은 어떤가? 선량한 시민이 억울하게 손해를 입는 폭력의 횡포는 없는가? 시민의 일체감을 저해하는 일부 부유, 특수 계층의 지나친 사치와 낭비의 폐습은 없는가? 서로 믿고 의지함이 없이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고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미워하는 풍조는 없는가?

아름답고 살기 좋은 충북, 청주는 꾸준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루어져 나가야 할 우리의 소망이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나가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져야 할 하나의 확신은 살기 좋은 고장, 삶의 터전은 이미 만들어져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우리들 혹은 그곳의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주민 모두의 노력과 합심이 없이 저절로 만들어져 주어질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산자수명한 자연환경 위에 인문적 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모두의 노력이 한층 긴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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