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이 가장 기쁘게 맞아야 할 '근로자의 날'이지만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했다. 청주지역 2만4천여 근로자들은 '노동절'이 어느 때 보다 허전하게만 느끼고 있다. 기뻐해야 할 일들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휴무나 선물을 즐길 처지가 못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민노총 등 노동단체가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는 방법으로 불만을 이 표출했다.

이런 허전한 분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경기침체에 있다고 하지만 근로자들이 느끼는 썰렁함은 계속 이어지는 구조조정 등 위협적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기쁨을 누릴 여유는 고사하고 불안을 떨칠 수 없는 점에도 있다. 시위에 나선 민노총의 지도부가 외치는 대로 '기업경영의 책임은 다른 곳에 있음에도 근로자의 목만 치고 있다.'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동절을 맞고 보내며 근로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제 길을 가는 기업들은 결코 사원을 소모품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대를 풍미하는 미국식 경영은 사원이야말로 경영요소 중 가장 소중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사원을 마치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례가 횡행하고 있다. 단기적 경영목표 달성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사원들은 경영자에 비해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경영자 측의 일방적 자의에 의하여 언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공포심에 떨고 있는 근로자들이 어찌 기쁨을 가질 여유가 있겠는가?

사원을 가장 가볍게 보는 대표적인 행위가 '해고'이다. 구조조정이나 기업혁신 하면 당연히 이게 뒤따르는 것으로, 경영합리화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평소 눈에 거슬리는 대상을 정리하는 호기로 이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미래를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은 사원을 '장기적 자산'으로 본다. 그래서 경기가 나쁘거나 실적이 부진하다해도 그리 가볍게 해고라는 칼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그토록 소중한 '장기적 자산'이기 때문에 이들의 개발을 위해 사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 스스로 창의성을 개발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기도 한다. 예산절감을 사원 수 줄이기에서라기보다 광고비, 교통비, 교재비 등을 절약하는 방법으로 해결해 나간다.

그러나 교육비 등은 결코 줄이지 않는다. 우리의 기업들과 매우 대조적이다.

한편, 선진기업이 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은 사내에서 사원을 평등하게 다루기보다는 공정하게 다루려 노력한다. 입사년원일을 따지는 연륜 중시적 시각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선진기업에서는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인식한다. 기업발전은 연륜이나 경력, 학력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깨야할 고정관념이라는 평가이다.

기업발전과 성장의 중요 요인은 사원이 갖는 의욕과 능력이다.

동기가 부여돼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고, 능력이 있더라도 의욕, 의지가 없으면 또한 아무 소용없다.

따라서 공정함이란 차이를 바르게 평가해 '차별화'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능력급제'나 '연봉제'는 바로 이에 근거하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사상가 에머슨이 "평등하지 않은 것을 평등하게 다루는 것처럼 불평등한 일은 없다'고 설파했던 점만 봐도 수긍이 갈만한 일이다.

'존슨 앤드 존슨사'의 사장이었던 아따라시 마시미씨씨도 "기회는 평등하게, 처우는 공정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기업경영이 어려운 현실로 미루어 이런 저런 회생책, 번영책을 강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무작정 사원 수만을 줄이려는 구조조정은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알아야 할 때로 여겨진다.

따라서 경영상황이 어려울 때 사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사원들의 감동은 한층 클 것이고 충성심은 한층 견고해질 것이다. 발전의지가 있는 기업은 우성 사원들의 불안감 하나만 제대로 씻어주어도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리라는 점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가족적 분위기로 충만 된 기업에는 반드시 미래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가 있어야 하겠다. 비록 경기악화로 휴무는 물론, 보너스나 선물은 없어도 따뜻이 감싸안는 정이라도 나누며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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