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로 ‘의회다운 의회’ 거듭 날 것”

불신 벗고 성숙한 의회 보여주고 싶어

도의회 참된 목적은 도민의 삶 질 향상

도정질문 제한·도금고협력비 사안 등

정치적 문제 부각보다 서로 이해 필요

무상급식비 합의·과학벨트 대응 등 성과

“내년 청주시장 출마는 더 생각할 부분

남은 임기동안 충북도 중심 잡아 줄 것”김광수 충북도의회 의장(66)은 공무원 출신으로는 최초로 충북도의회 의장을 거머쥐었다. 그는 청주기계공고 출신으로 36년 간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군청에 근무하면서 청주시 환경복지국장과 상당구청장을 역임했다. 김 의장은 공직을 퇴임한 뒤 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을 역임하면서 지방정치활동에 두각을 나타냈다. 제8·9대 충북도의원에 당선된 김 의장은 과학벨트기능지구유치 및 수도권규제완화반대 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는 “도의회 운영은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의장의 역할은 의회다운 의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매년 분담금액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무상급식비 문제를 최근 원만히 타결 지으면서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충북도의회 의장직을 맡아 의회를 운영하면서 ‘의장의 역할은 이것이다’라고 느낀 것이 있다면.

“도의회에 처음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의회다운 의회’ 만들고 싶다. ‘의회다운 의회’를 만드는 것이 의장의 가장 큰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도민들의 의회에 대한 불신이 많았다. 도의회가 신용을 회복해 도민들에게 서비스하는 의회를 만들고 싶다. 내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성숙된 의회의 모습을 도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각 정당의 의원들이 모여 의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의회의 가장 큰 목적은 ‘도민 삶 질 향상’이다. ‘정치’라는 것은 지방의회에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 도의회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정치적으로 몰아가기도 하는데 이때는 참 힘들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과 계속 마찰을 빚고 있고 집행부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비난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8대 도의회 당시 민주당은 선거구엔 나 한 명 뿐이었다. 비례대표인 최미애 의원까지 포함해 단 2명이었다. 하지만 집행부 질문을 하거나 하면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꼭 짚어야 하는 문제다’ ‘속 시원히 제대로 이야기 했다’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새누리당과의 관계도 원만했다. 9대 의회 들어와서 양상이 달라졌다. 도의회는 충북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통의 문제에 대해 반대당이 협력을 요구하더라도 그 문제가 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협력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수도권규제완화 같은 경우에 지역 기업유치에 엄청난 파장이 있는 사안이다. 그런 것은 당을 떠나 지역 이익을 위해 같이 행동해줘야 한다. 과학벨트도 마찬가지다. 정부에 충북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함께 노력하면 가능하다. 그럼에도 여당이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도의원으로선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협력할 건 같이 협력하며 지역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협조가 잘 안 돼 안타깝다.”

 

▶김종필 의원 제기한 도금고협력비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의원들이 도정 질문을 할 때 신청하면서 그 내용까지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내용인지 의장도 알 수 없다. 도정 질문 신청자가 너무 많아 김종필 의원에게 ‘(새누리당) 원내 총무가 내부 조정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고 덧붙여서 최근에 도정 질문을 했으니 이번엔 양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김 의원이 ‘양보 못하겠다’고 해 같은 건설소방위 소속으로 도정 질문을 신청한 강현삼 의원과 논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천 출장에선 강현삼 의원을 만났고 강 의원에게 ‘김 의원이 양보하기 힘들다고 하니 강 의원이 양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강 의원이 자신도 양보하기 힘들다며 그 자리에서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상임위별로 결정하라고 해봐야 분쟁만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운영위 간담회에서 기준을 정했는데 나중에 열린 정식 회의는 간담회 참석 의원들이 빠진 채 진행됐다. 그렇게 도정 질문자가 선정됐다. 도금고협력사업비 이야기도 기준을 다 정해 놓은 다음 듣게 됐다. 협력사업비에 대한 내용을 알아봤는데 횡령이나 유용은 없는 것 같았다. 협력사업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이 올바른 일이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역대 도지사들도 다 했던 일이고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일이다. 만약 그 문제에 대해 정말로 파헤치고 싶다면 행정사무감사 등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도의원의 권한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 도정질문은 한 사람당 50분~1시간 정도 걸린다고 봐야 한다. 10명이면 10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식사, 휴식시간 등을 포함하면 회기연장을 해야 한다. 한 달 전에 이미 집행부에 의회 의사일정을 통보하고 관계 공무원의 출석을 요구한 상태였다. 회기를 연장하면 집행부 관리자급은 업무가 전부 마비된다. 도정 질문은 다음 기회에 해도 되는데 이 때문에 도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은 옳지 않는 것 아니냐. 그쪽에서 이런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해준 것 같다.”

 

▶의장으로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얼마나 했다고 보는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이는 상황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많은 견제 기능을 했다. 집행부에서 큰 일을 벌이기 전에 의장과 논의를 많이 한다. 이 때 내가 만류해 의회에 상정되기 전에 취소되는 사업들이 상당히 많았다. 내부적으로 필터링 역할을 해 왔다. 그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의회가 도지사와 같은 정당이라고 비호하게 되면 도의회에 대한 불신, 도지사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질 뿐이다. 과감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그것이 서로 윈-윈(Win-Win)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무상급식비로 도교육청과 도가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는 합의가 일찍 이뤄졌는데 의장의 조정 능력 덕인가.

“지난해 무상급식비 타결할 때 도지사와 도교육감에게 얘기했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해마다 분쟁이 이어지고 도민들도 불안해한다. 의회가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양 기관장의 동의를 얻어 올 2월 양 기관 국장 등이 모여 실무자 회의를 진행했고 7월부터 본격적인 매뉴얼 만들기가 진행됐다. 양쪽이 가진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자고 했던 게 잘 먹힌 것 같다. 도 담당자는 인사 발령이 날 예정이었는데 내가 매뉴얼 구성이 완료된 이후에 발령을 내달라고 했다. 식품비 등은 훨씬 일찍 협의됐는데 인건비가 늦어졌다. 교육청에서 노사간 협의사항 중 위험수당이 있다. 1인당 월 5만원 정도로 전체적으론 6억원 정도다. 그것을 인건비에 수용하느냐 마느냐 논의가 이어졌다. 도에선 ‘우리 직원들에게도 못해주고 있는데’라며 포함시키지 않으려 했다. 전체 인건비를 기준으로 도와 교육청이 분담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고 도가 이를 수용해줬다.”

 

▶역대 어느 의회보다 충청권 4개 광역의회가 잘 모이고 있다. 그동안 공동대응으로 거둔 성과가 있다면.

“과학벨트 문제의 경우 함께 서울에 가서 집회도 하고 결의문도 채택했다. 그래서 기능지구 지역의 요구가 상당부분 수용됐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대전시나 충남도는 새누리당이 많다. 거기다 대전시는 과학벨트와 관련해 자기 몫은 다 챙긴 상태였다. 충남도는 기업체가 그만 와도 별 상관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반면, 세종시와 우리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줘야 하는데 충북 입장에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통합 청주시 출범을 위해 6급 정원 증원을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이를 ‘공무원 잔치’라며 좋지 않게 바라보는 도민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무원 수, 조직개편 문제를 다룰 때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도민이다. 도민을 기준으로 두고 행정서비스를 하는데 절대 필요한 인원이 얼마냐를 정해야 한다. 정치권에 6급 정원 증원을 이야기하기 전에 행정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인원이 얼마인지 먼저 산출하고 거기에 맞게 인사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통합 청주시장 출마에 대한 생각은.

“꼭 나가야 된다는 생각은 없다. 지금은 성숙된 의회를 만들어 다음 의회에 넘겨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년 선거는 우선 정말로 내가 청주시장직을 누구보다 잘할 것이란 판단, 확신이 서야 된다. 그 다음에 정치적이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남은 임기동안 도의회 중점 추진사안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지방선거와 관련해 중도 사퇴 등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생길 때 충북도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이 도의회다.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도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게 의회의 역할이다. 의장이 중심을 잡고 선거 때문에 도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충북도를 잘 지켜나가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런 얘기들 한다. ‘서민과 함께 하겠다.’ ‘의회문턱을 낮춰서 많은 소리 듣겠다.’ 달콤한 소리다. 나는 그런 말보다 집행부 장들이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도민, 학생들을 위해서 잘하는 일인지,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될 일을 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한 번 생각해보고 자기 자리에서 낮은 자세로 도민과 학생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도민 한 명, 어린 학생 한 명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 소중함을 인정하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방향으로 도나 교육청, 의회가 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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