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의 인구가 호남보다 많아졌으니 의석수도 늘려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당연한 소리이다. 인구는 호남보다 1만7천여명이나 많은데 의석수는 5명이나 적으니 억울한 대우를 받는 게 분명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공조를 외치지만 이익 챙기기에 바쁜 충청권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간해서 충청권 뉴스를 비중 있게 보도하지 않던 중앙언론도 크게 보도하고 있다. 만약 충청권의 요구가 반영되어 호남과 같은 의석수로 늘어난다고 하면 충청권의 위상이 호남을 능가할 수 있을까?

영호남의 대결구도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충청권이 일약 영남의 라이벌로 등장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를 호남과 비교해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우선 호남은 지리적으로 결속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수도권과 멀어서 독자적인 생활권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충청권은 수도권이나 영남권과 인접해서 굳이 별도 권역을 형성할 필요가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정치적인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호남은 영남과의 대결에서 연전연패하는 바람에 오기가 쌓였다. 충청권은 그런 한이 없다. 자연 지역 민심을 뭉치게 만드는 목표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호남은 김대중이란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꿈일 정도로 결속했다. 물론 충청도에도 김종필 같은 거물이 등장해서 영호남을 넘보기도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다행스러운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첫째가 바로 행정도시다. 행정도시가 생기면서 사람과 공장이 몰려들더니 행정수도권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말만 충청도이지 실질적인 교류가 없던 사람들의 왕래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결속력이다.

다행히 충청권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 1년 전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친여적인 인물인데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외무장관을 지냈으니 여야 모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폐쇄적인 북한을 세계로 끌어내어 국제화하는 데는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단 한 명의 직선 대통령도 배출하지 못한 충청도 입장에서는 숙원을 성취할 수 있는 인물이니 반색할 만하다.

영·충·호 시대는 의석수를 늘리는 것만으론 실현되지 않는다. 4개 광역단체가 생활권을 공유하는 게 급하고, 반 총장 같은 인물을 키워야 구심력도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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