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민영은 후손들의 ‘조상 땅 찾기’ 소송 과정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 민영은의 외손자인 권호정·호열씨 형제가 청주지법 앞에서 소송 취하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권씨 형제는 민영은의 1남 4녀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막내딸 민정숙씨(85)의 자식들로 같은 민영은 후손이면서도 이번 민영은 후손의 ‘땅찾기 소송’의 부당함을 알리며 소송 반대 운동에 앞장서왔다.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손가락질을 감내하며 소송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피켓을 들고 법원을 찾은 이들에게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5일 청주시의 승소 소식이 전해지자 호정씨는 가장 먼저 청주시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법도 상식”이라며 “1세기 가까이 청주시민이 밟고 다닌 땅을 ‘우리 할아버지 땅이니 내놓으라’는 친손의 상식 밖 요구를 법원이 절대 받아들일 일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친일파에 피해 입은 많은 사람과 같이 숨을 쉬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그렇다면 우리 할아버지 땅이니 내놓으라고 할 게 아니라 숨죽이고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상식이자 도리”라고 충고했다.

무엇보다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바르고, 상식적이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로 친일파 후손들에게 귀한 가르침을 줬다.

권씨 형제는 친일파 후손으로서 조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용서와 화해를 청한 것이다. 청주시민을 위해 오명을 무릅쓰고 나서준 권씨 형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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