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신숙 청주시립신율봉 어린이도서관 사서

쓸쓸한 가을,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어디 따뜻한 섬나라에 가서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값비싼 휴양으로 위로 받고 싶기도 하다.

신혼여행지에서 누렸던 그 호사를 다시 한번 누려보고 싶다. 그런데 그 호사스러웠던 여행을 진정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여행자가 여행할 때 하루 평균 3.5㎏의 쓰레기를 남기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전기를 소비하고 있고, 고급 호텔의 객실 하나에서는 평균 1.5t의 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골프장 하나에서는 무려 다섯개 마을의 농사와 생활에 필요한 물이 사용되고 있다. 한 가족이 하루를 살기 위해 20ℓ의 물을 1㎞ 이내에서 구할 수 없는 지역에서도 하루 한 두시간밖에 전기를 쓸 수 없는 지역에서도 우리는 수영을 하고 에어컨을 사용하고 골프를 친다. 저 높은 히말라야에선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여행자 한 사람의 더운물 샤워를 위해 세 그루의 나무가 사라져가고 한사람의 목마름을 적시기 위해 72개의 플라스틱 물병이 고스란히 쓰레기로 남겨진다.

우리가 흔히 ‘낙원’이라 표현하는 발리, 몰디브 등과 같은 섬나라는 원주민들에게는 그들의 낙원이었다.

외지인들과 계산 빠른 정부의 결탁으로 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들의 그 아름다운 해변은 그들이 한발자국 밟지 못하고 쫓겨나야 할 처지. 우리들의 편안한 휴식이 누군가의 삶을 빼앗은 대가라면, 우리에겐 이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여행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희망을 여행하라’는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의 여섯가지 시선으로 여행을 바라보는 공정 여행을 안내하는 가이드북이다. 포터를 돕는 여행, 호텔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여행, 숲을 지키고 동물을 돌보는 여행 등의 가슴 따뜻한 다양한 사례와 흥미로운 여행정보가 펼쳐진다.

이 책은 말한다. 공정여행이란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배우며, 그 만남과 머무는 시간이 공동체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이라고.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임을,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임을, ‘소비’가 아니라 ‘관계’임을 믿는다면 이 책은 당신이 떠날 새로운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훌쩍 떠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 소비와 낭비를 휴식과 낭만으로 치장하며, 현지인들이 고통 받는 관광여행을 하는 대신 나와 그들을 위해서, 지구를 위해서, 평화를 위해서… 희망을 여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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