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 인터뷰
수교 130주년·파독 50주년 맞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독일의 날’

“거대 담배공장이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난 모습은 신비롭고 인상적”

광부·간호사는 양국 경제성장 산증인

경제 부흥과 양국관계 ‘주춧돌’ 역할

한국내 괴테인인스티튜트 5곳 확대

독일어 문학·교육 지원강화 할 계획

한독 수교 130주년과 파독 50주년을 맞은 올해, ‘공예’로 한국과 독일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축제가 펼쳐졌다. 바로 지난 20일 폐막한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다.

초대국가로 선정된 독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일 마련된 ‘독일의 날’ 행사를 통해 독일의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며 가을밤의 정취를 만끽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독일이 문화로 이어지는 뜻 깊은 자리였으며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어온 독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독일은 우리에게 참 좋은 나라로 느껴지고 있다. 한때 인류를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아픈 기억이 있지만 그 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으로 인류에 기여하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나 잘살게 된 밑거름을 만들어준 나라라는 점도 좋은 인상을 준다. 광부와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일에서 활약한 덕에 우리는 경제 부흥의 힘을 얻었는데, 그 아련한 역사가 올해로 꼭 50주년을 맞았다.

‘독일의 날’ 행사를 맞아 청주를 방문했던 롤프 마파엘 주한독일 대사는 단독 인터뷰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독일과 한국의 관계는 옛 것과 새것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는 한독 수교 130주년이며 2만명의 광부와 간호사가 파독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는 두 국가 모두에세 매우 큰 유익을 가져다 주었다”며 “한국과 독일이 경제적인면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가깝고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한독수교 130주년과 파독 광부·간호사 50주년이 갖는 의미는.

한국 출신 간호사는 비유럽 국가에서 온 최초의 외국인 노동자였다. 이들은 타사회로의 성공적 통합의 좋은 모범이 됐다. 이들중 절반은 한국으로 돌아가서 양국 관계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들은 양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산증인이다. 가난한 조국을 위해 젊음을 바쳤던 이들의 희생으로 한국이 경제부흥의 기틀을 마련한 것처럼 독일 역시 이들의 노동력 덕분에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 낼 수 있었다. 수교 이후 양국은 지난 25년간 교역 규모가 2002년 120억달러에서 2012년 250억달러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을 찾는 독일 관광객도 같은 시기에 5만명에서 10만명으로 급증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생각과 인상적인 한국 문화는.

한국에 관한 첫 인상은 매우 현대적인 서울, 수원 화성, 여수 엑스포였다. 한국이 매우 성공적으로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켰고 전체 인프라가 매우 훌륭하게 가능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한국인들이 독일 문화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 그래서 한국에 부임한 이후 오히려 독일을 점점 더 좋게 생각하게 됐다. 독일인들이 한국하면 떠올리는 것이 많다. 우선 분단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과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 삼성 등 글로벌 기업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직지와 독일의 구텐베르크 역시 양국이 가진 많은 공통점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나는 특히 음악과 무용을 좋아하는데 한국은 이 분야가 매우 활발하다. 대단한 에너지가 보여주는 북춤공연이나 김덕수와 사물놀이의 음악 등은 내가 한국과 한국인에게서 받은 인상을 가장 잘 예술로 표현해준다.

▶경제,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하고 있는 한국과 독일이 이제는 문화로 만났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초대국가로 독일관을 마련하고 많은 한국인들에게 독일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대한 인상은.

거대한 규모의 담배공장이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난 것이 신비롭고 인상적이었다. 나도 독일에서 담배를 생산하던 지역 출신이다. 첫번째 아르바이트도 담배공장에서 였다. 그래서 이곳에 왔을 때 매우 친숙한 느낌이었다. 한가지 담배냄새가 없다는 한가지를 제외하고 말이다.

비엔날레를 둘러보면서 공예 예술의 규모와 다양함과 수준이 잘 보여진 전시였고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60개 국가에서 3천여명의 예술가들이 출품한 6천여점에 가까운 공예품들과 독일이 초대국가로 독일의 현대공예를 전시함으로 비엔날레에 기여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과의 예술교류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독일은 경제분야 뿐 아니라 양국의 예술과 교육 분야의 교류에도 관심이 많다. 문화교류에 있어서는 한국내 독일문화원인 ‘괴테인스티튜트’를 5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괴테인스티튜트는 한국내 독일의 문화와 언어 등을 알리는 독일 문화원의 다른 명칭. 현재 괴테인스티튜트는 서울과 대전 두 곳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내 전반적으로 괴테인스티튜트에 대한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양국간 우호적인 교류활성화는 물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강화 차원에서도 이를 전국적으로 늘릴 것이다.

또 대학생과 학자들간의 교류가 심화되기를 바라며 한국에서의 독일어 교육 지원도 강화하고 싶다. 현재 대학이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선택하는 비율이 줄고 있는데다 독일어문학 관련 학문을 폐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독일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현재 독일 정부 차원에서 양국간 중·고교 교류를 강화하는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다음달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지 24년이 되는 날이다. 분단과 통일을 겪은 경험을 살려 한국인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독일인들에게 통일은 ‘어느날 갑자기’ 다가왔다. 미처 통일 이후를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나라가 하나가 되는 엄청난 변화를 겪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옛 동독의 사회복지가 그대로 통합되면서 통일전체 비용이 1조6천억유로 가운데 1조가 여기에 들어갔다. 이런 ‘과도한’ 비용 때문에 혼란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노동인구 증가 등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 역시 남북한이 통일되면 노동력 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국민들의 마음속 내적 통일은 훨씬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남북한은 수십년간 분단국가로 살아온 만큼 문화격차 해소와 같은 내적 통일의 시간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 롤프 마파엘 대사는

롤프 마파엘 독일 대사는 검사 출신이지만 수더분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다. 하이델베르크대와 베를린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을 통과한 뒤 만하임 검찰청에서 근무했다. 이어 1985년부터 서독 외무부에서 일하면서 외교 분야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제네바(1989~1993년), 테헤란(1993~1995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1995~1998년), 북대서양조약기구 상설대표부(1998~1999년)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2002∼2005년 주일 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한 뒤 유럽정책조정과장을 거쳐 2012년 7월 한국에 부임했다. 슬하에 자녀 5명을 두고 있다.

# 한·독수교 130주년 역사는

1883년 한·독 수호 통상 조약이 체결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1905년 을사조약으로 우리나라 외교권이 박탈됨에 따라 조선시대 한·독 외교 관계는 20년만에 끊어지고 만다. 이후 광복과 함께 한국과 독일은 각각 남북과 동서로 분단된 특수한 조건에서 외교를 시작한다. 서독과는 1957년 교류를 다시 시작했으나, 동독과는 교류가 없었다. 1990년 10월 동독이 서독에 통합되면서 통일된 독일과 외교관계를 갖게 된다.

1960년대는 협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간호사와 광부들이 서독으로 파견돼, 독일내 한인 사회의 주축이 됐다. 1966년부터 1977년까지 독일로 간 간호사는 1만여명에 달했으며, 뛰어난 실력과 친절함으로 ‘코리언 엔젤’이라고 불렸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동포는 약 3만명으로 추정되며, 유럽내 가장 큰 한인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2005년에는 독일에 대한 수출이 급증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한·독간 교역액도 300억 달러를 돌파해 독일은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제4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