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기술, 유럽 문예부흥의 바탕
직지 관련 아이템 브랜드화해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사는 방식이 변화하듯 문명도 인류가 지구상에서 정착한 이래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생겨났다 없어지며 좀 더 편리한 방법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인류문명이 끝없이 발전해 오는 과정에는 종교와 밀접하게 연관되었던 중세사회가 흔히 문명의 암흑기였다고는 하지만 반면에 오히려 다른 분야에 있어서는 눈부신 발전도 있었다.

서양의 수도사들은 4세기 경부터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의 문화유산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는데 앞장 선 반면, 동양의 승려들 또한 불교문화 유산을 전승해 왔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고대문명이 붕괴되고 중세의 암흑시대가 지속되면서 그나마 수도원과 사찰이 출판사와 도서관의 역할을 하면서 인류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겼다.

이들 성직자들은 필사승과 각자승으로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경전은 물론 교양을 쌓기 위한 고전작품을 출판했다.

또 우수한 인쇄기술을 보유해 민간의 족보나 문집과 같은 서적을 출판하며 사찰의 경제를 꾸려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는 12세기 유럽의 문예부흥의 터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탄생하기에 이른다.

동·서양 약간의 시대적 차이가 나긴 해도 경전을 인쇄할 목적으로 발명된 금속활자는 성직자들의 수도적 실천에서 기술을 연마하고 개발한데서 연유한다. 경전을 각판할 때는 한 자 한 자 새길 때마다 기도와 정성을 들여서 하기 때문에 실제 하루에 목판에 새길 수 있는 글자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목판의 특성상 한 글자만 잘못돼도 전체 판을 다시 새겨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 때로는 잘못된 글자를 파내고 그 곳에 다른 글자를 새겨서 메우는 상감(象嵌) 기법을 쓰기도 했다.

인류문화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금속활자인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서는 2001년도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구텐베르크 성서는 이미 서양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졌지만 직지는 600년 전에 간행이 되었음에도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그 존재조차 모르다가 긴 잠에서 깨어나 이제 비로소 참된 가치와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독일의 인쇄술은 유럽 전역 인류문명의 신기원을 이루며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거쳐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대학교육의 확대로 지식인층이 증가하면서 형성된 시민사회는 민주주의 정치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중세 초기의 아날로그 방식의 인쇄기술은 오늘날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로 탈바꿈해 새로운 인쇄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고속 성장시대 편리를 위해서는 IT기술도 좋지만 이제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과거의 인쇄술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고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풍경도 필요하다. 그래서 청주시에서는 금속활자주조관을 세워 그 기술을 이어 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직지와 관련된 모든 문화적 아이템을 개발해 브랜드화해야 한다. 과거의 복원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창안도 더 중요하다. 만일 직지가 과거에만 머문다면 직지는 죽음을 맞아할 수도 있다. 최근에 증도가자의 활자로 인해 직지는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최근에 문화재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는 정부도 민간단체도 아닌 한 스님의 역할이 컷다. 불교문화재는 물론 규장각 문서를 포함 조선왕조실록, 어보에 이르기 문화재 환수에 모든 수행을 바치고 있어 감개무량하다.

직지도 아직까지 프랑스측에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존재와 관련해 몇 건의 소송건이 있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실존 가능성에 대한 정황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짙은 어둠 속에서 새벽을 준비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이다. 문화의 새 천년을 이어 갈 인쇄문화의 새 주춧돌을 우리 모두가 놓아야 하며 21세기의 문화지킴이자 물림이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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