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전에 발달한 인간의 소통은 몸으로 표현 하던 행동이다.

선사시대에 인간들은 몸동작만으로도 별 무리 없이 그 의사가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됐다. 현대 예술에도 마임이나 춤들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

그녀의 몸의 동작은 흡사 접신의 무속의례이다.

우주의 근원적 생명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 한발 한발 움직이는 행위는 그것을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화폭 안에 그림을 그리던 여류화가 L은 손에서 화구를 내려놓고, 어느 날부턴가 세상 밖으로 나와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기 시작했다.

예술인에게 있어서 자신의 작품에 고뇌하지 않고 영혼이 실리지 않은 기능으로서만 존재한 작품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그녀와 나의 평소 생각이다.

그녀는 새로운 그림 전시회나 퍼포먼스가 있을 때마다 내게 조언을 구하고 작품을 하기위한 구상과 고민이 끝나면 언제나 내게 알리곤 한다.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그의 노고와 예술적 고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야 말로 어떤 에너지를 충전 하는 것보다 큰 힘이 다.

2년 만에 다시 개최되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막식 공연으로 그녀의 퍼포먼스가 무대에 올려 지게 됐다며, 그녀는 한 달 전부터 들떠 있다. 이번에는 C대학의 학생들과 함께 하는 화합의 퍼포먼스라 더욱 고무되어 있다.

퍼포먼스 배경이 되는 음악 작곡을 Y작곡가에게 의뢰해서 함께 들으며 춤사위를 맞춰가는 시간들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조각보 프로젝트의 하나인 청주시 전체에서 수거한 폐 현수막으로 만든 형형색색 조각보로 옛 연초제조창은 외관이 다 싸졌다.

그녀가 처음 무대에 오를 때 배경으로 나는 음향의 소리도 수많은 여인네들이 폐 현수막을 재단하고 건물 외벽을 보자기처럼 싸는 과정의 경쾌한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로 문을 활짝 연다.

환희의 음악이 울려 퍼지면 휘도는 그녀의 몸은 푸른 옷감을 가을 하늘에 펄럭이며 세상 밖에서 온몸이 붓이 되어 드넓은 창공의 화폭에 휘두를 것이다.

익히 캄보디아 킬링필드와 고대 사원에서 수개월전 강렬한 퍼포먼스를 이미 경험한 터이다.

또한 여성단체 주관으로 했던 몇몇 행사에서도 선명하게 그녀는 입지를 굳힌 바 있다.

캔버스 밖으로 뛰어 나와 생명을 얻은 몸의 그림은 관람하는 이들의 눈 속에서 커다란 잔영을 남기며, 순간 짧게 스쳐 지나가겠지만 그 느낌만은 강렬할 것이다. 그동안 맨발의 투혼으로 혼신을 쏟았을 그녀의 땀과 고독한 예술혼의 길에 따듯한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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