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원 시인 ‘협궤열차…’ 발간
어머니 그리는 사모곡 60편 수록

‘머릿속에 피어난/ 노오란 고름 꽃이/ 아이를 눈물짓게 했다.// 바닷물 한 줌 퍼다가/ 어미는 아이의 머리를 슬픔으로 감겼다.// 고름 속에 머물던 바닷물은/ 어미의 눈물이 되어 흐르고/ 아이의 절규는 단칸방 어둠속으로 숨어 버렸다.// 페니실린 한 방울에/ 아픔을 잃은 그날/ 어미의 머리에 비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아이는 어미의 품속에서 행복한 꿈을 꾸었다.(‘부스럼’ 전문, 11p)’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현재를 지탱하는 과거의 기억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애달프고, 애달프기에 아름답다.

전국지방신문협의회(전신협)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한창원 시인이 새 시집 ‘협궤열차가 지고 간 하루’를 발간했다.

이 시집은 가난에 맞서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땀 냄새를 향기로 기억하는, 이제는 안길 수 없는 따스한 품 사무치게 그리움,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된 아들이 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모곡이다.

6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에는 지난 시집에 수록된 시들 중 자신이 아끼는 시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어머니를 그리며 적어 내려간 글들이 담겼다.

여기에는 철모를 시절 작은 가슴을 휘저은 가난에 대한 단상과 홀로 삶을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현재의 삶과 생각을 투영한 일상의 기억들이 정제된 시어로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들 중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어린 시절을 지배한 가난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노을을 이고 여인은 걸었다./ 끝이 없는 협궤 열차 길을// 깊게 패어진 주름살만큼이나/ 지친 삶에 기댄 하루는/ 노을빛에 스며들어 바다에 누었다// 땔감을 인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열차는 울부짖고/ 은빛 억새풀의 속삭임 속으로 가을은 사라졌다.// 어둠은 기적소리를 잠들게 하고/ 여인은 발걸음을 재촉했다.(표제작 ‘협궤열차가 지고 간 하루’ 중략)’

협궤열차가 뿌연 연기를 뿌리며 지나간 뒤편에서 땔감을 이고 오는 어머님의 모습은 4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시인에게는 “헝클어진 흰 머리카락으로 시야를 가린,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모습, 지금도 느껴질듯 한 어머님의 그 향기로운 땀내음”으로 기억된다.

또 가난으로 인한 어린 시절의 큰 상처는 예닐곱 남자아이의 시선으로 바라 본 ‘크레파스’, ‘식모살이’를 통해 되살아난다.

‘송도 앞바다는/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나무는 파란색으로// 땅은 하얀색으로// 그리고 가슴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색으로 덧칠했다(‘크레파스’ 중)’ ‘입 덜라고 가야 하는 누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옷을 꾸린 보자기 너머/ 싸리문이 열리고/ 낯선 아주머니 손에 이끌린 누나는/ 연거푸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어둠이 밀려와/ 문학산 언저리에 그늘은 드리워지고/ 어미의 퉁퉁 부은 눈에 초승달이 걸려있었다. (‘식모살이’ 중)’

시인은 시집 말미 작가의 말을 통해 “오랫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가슴 깊은 곳에서 하나 둘씩 생겨나와 작은 소망으로 피어올랐고, 시집을 펴낸 이제서야 어머니에 대한 숙제를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돌이켜 보면 어릴 적 나에게 처음이자 끝이었던 어머니와의 추억은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슬픔이 묻어있었다”고 소회했다. 또 그는 “가난이라는 오래된 상처가 너무 많이 담기지는 않았나 우려했지만 이 또한 어린 시절의 애틋한 기억으로 승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자란 시인 한창원은 인천 송도초교와 인천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강’이라는 시를 발표하며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강’,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홀로 사는 이 세상에’등을 펴냈다. 현재 기호일보 사장과 인천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회장, 인천광역시탁구협회회장, 향진원후원회장, 인천광역시문인협회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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