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충북도 재향군인회장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방한계선(NLL) 논쟁을 보면 심히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NLL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정쟁(政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NLL 설정의 기본적인 사실을 살펴보자.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당시 육지에는 휴전선이 명확히 그어 졌었지만 바다에는 휴전선이 없었다. 유엔군은 6·25전쟁 기간 중 한반도 주변의 모든 바다와 섬을 100% 장악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북한 측은 바다에서의 휴전선을 이야기 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그러나 유엔군은 바다에도 북한과의 경계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1953년 8월 30일,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NLL을 획정했다.

문자 그대로 유엔군 및 대한민국의 선박이 올라갈 수 있는 북방의 한계를 정한 선 이었다. 북한에게 그 선 아래쪽으로 내려오지 말라고 그은 선 이었다면 NLL이 아니라 SLL(남방한계선)이라 불렸을 것이다. 당시 북한 입장에서는 이러한 유엔군의 조치가 고마웠을 것이다.

유엔군이 완전히 장악 했던 바다의 일부를 내줘 북한 선박과 군함이 황해도 연안 지역에서 항해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이후 20여년동안 북한은 NLL을 해상의 휴전선으로 준수해 왔으며 NLL에 대해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NLL은 사실상의 남북 간 해상분계선으로 기능해 온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1973년 12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서해 5도 주변수역이 북측 관할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며 도발을 감행하기 시작했고, 그 후 1999년 9월에는 해상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NLL 무력화를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북한은 ‘NLL 무력화’를 목적으로 제1연평해전, 제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일련의 도발을 서슴치 않고 자행했으나 우리의 해군·해병 장병들이 온몸을 던져 NLL을 사수하면서 지금까지 NLL은 변함없는 해상분계선으로 지켜왔으며, 앞으로도 우리의 해상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할 해상분계선이 분명하다.

그런데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에게 NLL이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위험한 괴물”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NLL은 바꿔야 한다, 헌법 문제라고 자꾸 나오는데 헌법 문제 절대 아니다”라고 까지 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통탄스러운 일인가? 

무엇보다도 NLL은 20여년간 남북의 해상분계선으로 기능해 왔으며, 특히 우리의 젊은 해군·해병 장병들이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가며 사수해 낸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대통령으로서의 발언이었기에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NLL관련 포기발언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영토문제를 남북정상회담의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취임에 앞서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하는데 “나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우리 영토와 관련한 어떠한 것도 협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되는 것이다. 비록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포기’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상회담에서의 발언이 사실로 판명이 된다면, NLL을 수호하기 위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해군·해병 순국용사들의 희생은 과연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단 말인가?

NLL을 포기해 북한의 요구대로 이뤄진다면 우리의 안보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천의 앞바다를 북한에게 내주는 상황이 될 것이며, 그동안 연평도는 북한의 허리를 겨누는 비수요, 백령도는 북한의 목을 겨누는 비수였다면, 반대로 북한의 칼날이 인천을 겨냥하고 우리의 수도 서울을 직접 겨냥하는 비수와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에게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라는 권한과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는 영토로 간주된 부분을 사실상 포기하는 권한까지 대통령에게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피와 죽음으로 지킨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안정을 보장해 주는 NLL은 양보의 대상이 아니라 사수해야 하는 책임의 영역이다. 따라서 NLL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수의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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