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아기집에서 싹트는 나무

혈관 속으로 고운 실뿌릴 뻗고

등뼈에 연약한 줄기를 세우는

팔 다리 가슴뼈에 가지를 늘리며

노란 냄새를 길바닥에 흘리는

 

가을바람에 단내 나는 꿈 뿌리며

흩어지는 아련한 물방울

이파리의 비만을 엿 먹이는

그 다이어트를 비웃는 세월을 지나

미끄러지는 심폐소생술에 끌려

드디어 꽃 피우는 꿈나무의 시대

꿈, 꿈, 파란 꿈이어야 한다고

뿌리가 검붉게 자라고,

근육이 낙타처럼 사막에 솟고, 솟고

물관과 체관의 성장판검사 후에

투여하는 리비도주사

 

혈흔과 부신호르몬이 손잡고 걷다가

바로 서산 넘어 고향 가는

온몸에 흙 속에 계곡에 하늘에

가득 채우며 난하게 걷는 나무의

가난한 자궁회귀의 미로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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