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일, 7일은 5일 간격으로 열리는 청주 장날이다.

전국적으로 볼 때 5일장이 대부분 없어졌지만 유독 청주 장날만큼은 아직 유지 되고 있다. 가끔씩 장날이면 시장을 가기도 한다. 그곳엔 북적북적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내겐 너무 크다. 육거리 재래시장은 오일장 뿐 아니라 새벽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루를 연다. 아직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둑어둑한 새벽부터 장이 서는 재래시장을 운동 삼아 자주 가곤 한다.

오늘도 잠에서 일찍 깬 나는 육거리 재래시장을 향해 새벽을 간다. 체육관 앞을 지나 서문대교 앞에서 시내를 가로지르는 무심천변 하상도로를 걸으며 생각 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하상도로에는 갖가지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달프다. 승용차로 버스로 출퇴근을 하고 걷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운동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기 건강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인지 하상도로는 항상 걷기운동을 한다거나 자전거타기 등 여러 가지 운동에 애쓰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한참을 걸어 꽃 다리 위로 올라가 육거리로 내려가면 여러 가지 농산물이며 과일 등 시골에서 가져온 갖가지 채소들이 눈길을 끈다. 언제나 시장 안은 시끌시끌하다.

늘 시간에 쫓기고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즈음 젊은이들은 대형마트를 선호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를 타고 대형마트에서 짧은 시간 내에 물건을 살 수 있고, 한 곳에 필요한 것이 몰려 있으니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젊은이들과 달리 나는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어둑한 이 새벽에 왁자지껄한 시장 안은 살아가는 생기가 돋는다. 시장안의 물건들은 싱싱하기도 하지만 저울에 달아 정확하게 가격을 매기는 마트와 달리 손대중으로 듬뿍 정까지 넣어 덤으로 주는 넉넉함은 내 마음조차 훈훈하게 해 준다.

대형마트에 밀려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지만 새벽시장만은 다르다. 어깨가 부딪히고, 사람들에 치이는 거리지만 구시대를 살아온 나에게는 정겹기만 하다. 시골에서 가져온 갖가지 채소들과 생선장사, 무럭무럭 김이 나는 보리밥 장사도 어우러져 북새통이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내 성격대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흥정을 하고, 살 것이 없어도 이것저것 구경을 하며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막 따온 오이, 호박, 가지, 갖가지 푸성귀는 또 얼마나 나를 유혹하는지 모른다. 상추, 아욱을 샀다.  된장을 풀어 걸러서 팔팔 끓는 된장국물에 아욱을 넣고 마른 새우를 넣어 끓인 국은 정말 맛이 일품이다.

가을 아욱국은 문을 닫고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에 동감이 간다. 다른 어느 때보다 가을 아욱국은 정말 맛있다. 토속적인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선 더욱 그렇다.

갖가지 과일들도 농사지어 가지고 온 것들이니 신선도는 말 할 것도 없고 가격도 대형마트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싸다. 이것저것 채소며 과일을 사다보면 점점 보따리는 무거워 지게 마련이다.

이제는 단골아줌마도 있고, 안면이 있는 시골아줌마도 있다. 때로는 도로 가져가기 힘 들까봐 팔아 주기도 하고, 좌판에 펴놓고 앉아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팔아 주기도 한다.

돌아 올 때면 짐이 무거워 버스를 탄다. 이렇게 아침 운동을 하고나면 한결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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