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꽃들이 없는 듯하여 둘러보니
꽃나무 몇 그루가 손짓한다
불두화.
향기 없이 살아가는 슬픈 영혼
이승의 꽃이길 포기했다며 우직한
직립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능소화.
궁궐 담장 대신 단풍나무를 휘어 감고
아직 많이 남아있는 청춘의 향기를 꽃봉오리 채 떨구고 있다
겉옷인 양 훌훌 벗고 있다
장미.
정원 맨 끝자리에서 언제 꽃 피운 적 있었는지
삭정이로 변해가고 있다
언뜻 보면 잘 정돈 된 잔디밭 같지만
들여다보니 이름 모를 잡초들이 숨겨 둔 근심처럼 수두룩하다
아마 형님은 오늘도 잔비밭에 앉아
한낮 땡볕에 흰 머리카락 반짝이며
이 동생의 근심까지도 뽑아내고 있을 테고 주인 대신
주목과 단풍나무는 찾아오는 모든 이 반겨 맞이할 듯
정원 경계에 팔 벌려 서 있을 것이다
잠 안 오는 밤 탑돌이라도 하면 좋을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자그마한 돌탑 위에
잠자리 한 쌍이 맴을 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때마침 지나던 바람과 함께 맴 맴 맴
충청매일 CCDN
SNS 기사보내기
충청매일
webmaster@ccd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