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꽃들이 없는 듯하여 둘러보니

꽃나무 몇 그루가 손짓한다

불두화.

향기 없이 살아가는 슬픈 영혼

이승의 꽃이길 포기했다며 우직한

직립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능소화.

궁궐 담장 대신 단풍나무를 휘어 감고

아직 많이 남아있는 청춘의 향기를 꽃봉오리 채 떨구고 있다

겉옷인 양 훌훌 벗고 있다

장미.

정원 맨 끝자리에서 언제 꽃 피운 적 있었는지

삭정이로 변해가고 있다

 

언뜻 보면 잘 정돈 된 잔디밭 같지만

들여다보니 이름 모를 잡초들이 숨겨 둔 근심처럼 수두룩하다

아마 형님은 오늘도 잔비밭에 앉아

한낮 땡볕에 흰 머리카락 반짝이며

이 동생의 근심까지도 뽑아내고 있을 테고 주인 대신

주목과 단풍나무는 찾아오는 모든 이 반겨 맞이할 듯

정원 경계에 팔 벌려 서 있을 것이다

 

잠 안 오는 밤 탑돌이라도 하면 좋을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자그마한 돌탑 위에

잠자리 한 쌍이 맴을 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때마침 지나던 바람과 함께 맴 맴 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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