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보존을 위협하는 것은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적인 불가항력과 사람이 만들어 낸 산업개발과 전쟁 등 인위적 요인 외에 종교적 극단주의로 발생하는 정치적 문제도 있다. 세계 전쟁사를 살펴보면 전쟁이라는 무법천지 상황에서 어느 나라나 시대를 막론하고 수천년 동안 전해져 온 문화재가 약탈 또는 영원히 파괴됐다.

특히 국지전이 아닌 핵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공군력을 앞세운 강력한 첨단 무기는 더욱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한다. 문화재는 역사문화적 산물로서 피아(彼我)의 구분 없이 인류 공동의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이래 최대의 전리품으로 생각한 시대도 있었다.         

현대전에 있어서는 상대국들의 문화재를 서로 보호하려고 주요 문화 유적이나 박물관 등지에는 폭격을 자제하거나 경계를 강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전술이 불리해지면 유적을 은신처나 방패막이로 삼아 문화재를 처참하게 파괴하는 전술을 전개하기도 한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인 2003년 이라크 전쟁은 유엔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문화재가 파괴되었다. 금년 초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알레포(Aleppo)시와 아프리카 말리(Mali) 내전 등으로 문화유산이 2001년 탈레반 반군이 저지른 아프가니스탄 바미안(Bamiyan) 석불 파괴와 맞먹는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이곳은 메카(Mecca)/메디나(Medina)와 함께 이슬람 주요 성지 중 하나로 로마 신전의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을 인정받아 1986년에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또한 말리 내전으로 희귀 고문서가 보관되어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흐메드 바바 연구소(Ahmed Baba History Center)의 30만건의 유물 중 2천 여건이 유실되었다. 이 자료들은 14세기 서아프리카의 종교·문화·경제를 구심점으로 무역활동을 통해 방대한 서적과 다양한 주제를 담고 담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국지전에서의 문화재 손실은 과거에는 대규모 공습과 전승국에 의한 피해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수세에 몰린 퇴각군들이 의도적 보복으로 문화재에 손실을 준다는 새로운 전쟁 양상을 보여준다. 최근 이 곳의 전쟁으로 인해 인문학적 문화유산이 파괴되어 아프리카 역사와 학문의 발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달 11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키리졸브(Key Resolve) 한미 연합 훈련으로 북한군의 동향이 예민한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위협하는 서울 타격은 외국인들이 많이 상주하고 비상시 외국인 귀국대책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북한군은 자칫 세계 전쟁으로 야기될 수 있는 대규모 전쟁을 벌이는 것은 스스로 자멸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무모한 호기를 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지난번 천안함 피격이나 백령도 기습공격과 같은 소규모 전쟁으로 한반도에서의 긴장감을 높여 정치적 혼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려 할 수 있다. 당시에 문화유적에는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국군장병들이 소중한 목숨을 바쳐야 했다. 

한국 동란이 발생한 지 벌써 환갑을 넘어 전쟁의 참혹함은 점차 잊혀지고 있다. 전쟁은 수천년간 이어 온 정신문화인 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재앙임에 틀림없다. 우리 세대에는 특히 한반도에서 만큼은 다시는 이러한 상처를 후손들에게 물려 주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내전과 앞으로도 발생할 전쟁에서 생명의 존귀함과 문화재 보존에 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인류의 공동 유산인 문화재를 미래 세대에 전해야 하는 사명이기 때문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