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대학생들 중에는 꼭 대학에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으면서도 입학한 학생이 많다.

물론 취직하기 위한 패스포드라고 분명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잠재적인 소원인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해 뚜렷한 목표도 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특별히 관심도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어떻게든 학점이나 따기 위한 4년간이고 대학생활은 그저 지나가는 나날일 뿐이다.

내가 이렇게 쓰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면 대학을 의식할 만한 곳, 대학의 이름이 통하는 곳에는 가지 않도록 조심하기 바란다. 애인을 구하려거든 대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자기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자기가 다니는 대학 이름을 듣고 상대의 눈빛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그런 사람과는 절대로 접촉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남뿐만이 아니다. 부모라도 “우리 애가 다니고 있는 xx학교는”하며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주위 사람에게 자랑한다든가 하면 당장 집에서 나와 하숙으로 가라. 학교가 무엇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이 자기를 좋아 한다고 하는 그러한 순수한 사람이라면 꼭 사귀도록 하라. 대학과는 관계없이 자기의 특성을 알아주는 사람과는 반드시 사귀기 바란다.

이러한 사람이야 말로 대학의 전통이나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명문대에 집착하여 학점을 다 딴 후 취직만을 생각하면서 대학에 다니는 일이 그렇게 어리석을 수 없음을 상기시켜 주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류대학을 나와서 일류기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류 인생밖에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아닐까하고 문득 생각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명문대학 이공학부에 다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나에게 안 맞아 라고 생각하여 곧 대학을 집어치우고 음식점을 차린 사람이 있는데 물론 그의 부모는 펄펄뛰며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생각을 관철해서 멋진 행복을 잡았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대학에 적을 두고 그러면서도 그만 둘 용기마저도 없는 자신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공부는 하는 것 자체에서만 보상을 구하는 습관을 갖는 것, 그것이 대학에서 배우는 일이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하더라도 대학에서 조차 그러한 자세를 계속하면 뚜렷한 보상이 없으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습관이 붙었다면 그의 인생은 빗나가게 된다.

같은 교문을 매일 함께 드나들면서도 어떤 학생은 자기의 인생과 강의가 한 치의 틈도 없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반해 다른 학생은 강의가 되도록 일찍 끝나 주기를 바라고 있다면 대체 이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길인가 아닌가에 달렸다. 대학이나 학과의 선택을 주위 사람들의 참견 때문에 결정한다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생항로에서 스스로 조종사가 되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나는 그런 학생을 시장적 인간(市場的 人間)이라 부른다. 시장적 성격의 인간이란 쉽게 말하면 “나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라고 말하는 인간이다. 마치 상품이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개발되듯이 주위 사람들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나아갈 뿐이다. 이러한 정신 구조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책임은 자기에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자기가 지금 이런 진로로 걷는 것은 모두 주위 사람들의 탓이니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에서의 강의에도, 세미나에도, 클럽이나 서클에도 관심이 없고 그렇게 무의미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비참해지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닌가. “나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라는 식으로 매사를 처리하던 사람이, 바꾸어 말해 남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에만 신경 쓰며 살아가는 생활은 너무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결국 그것으로 인한 손해는 자기 자신일 뿐이다. 목이 마르면 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산에 오르고 싶은데 바다로 간다는 것은 역시 무리이다. 달리고 싶은데 풀장에 가서는 달릴 수 없다.

음악을 듣고 싶으면 연주회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 대학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대학에 와서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좋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결코 자신의 자연스런 감정을 속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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