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모든 국정이 중단되고 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미래창조과학부는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제도라고 하고, 민주당은 위원회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는 종합유선방송 등 비(非)보도방송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길 때 정부의 언론 장악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결정하고 민주당으로 하여금 이를 받아들이라고 한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협상과 조정이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협상은 없다.  

독재정치에서는 한 사람이 자기 뜻을 이루고, 귀족정치에서는 소수의 뜻을 이루지만, 민주주의에서는 아무도 자기 뜻대로 이루지 못한다. 민주주의에서 자기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의 뜻이 다수의 뜻이어야 자기의 뜻대로 결정할 수 있다. 지금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뜻대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고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 똑같이 민주당도 그러하다. 이러한 노력도 없이 지금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협상 전문가 코헨은 모든 일의 80%는 협상이라고 하고 있다. 똑같이 정치의 80%도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건전한 민주주의, 또는 선진민주주의는 바로 협상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협상은 주로 받는 것이다. 주지는 않고 받기만 하려거나,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으려 한다면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 협상에서 최선의 의사결정법은 없다. 단지 만족한 수준에서 결정이 이뤄지게 된다. 그러므로 협상을 위해서는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협상에서 안장에 집착하다 보면 말을 잃게 된다. 이는 과도한 욕심의 결과이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논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없다. 그렇다고 그것만이 최선이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협상에서 자신들의 논리만 강조하면 당사자 간에 평화는 깨어지고, 평화가 깨어지면 협상에서 진실은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고 비이성적인 감정의 논리만 남게 된다. 감정의 논리만 남게 되면 협상의 승자나 패자는 안장뿐만 아니라 말까지 잃게 된다.

우리는 가장 좋은 협상을 모두가 승자가 되는 승-승(win-win) 전략에 의한 협상이라고 한다. 승-승 전략의 전제는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서로가 신뢰하지 않을 때 협상은 승-패(win-lose)전략만이 존재하게 된다.

중국의 회남자는 “두 마음을 품으면 한 사람도 얻지 못하지만, 한마음을 품으면 백 사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공영방송 사장 임명요건 강화, 방송사 파업에 대한 언론청문회 개최, MBC 김재철 사장의 사퇴와 연결하려는 두 마음을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 또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국민이나 국가의 발전이란 명분과 함께 이번에 밀리면 5년 내내 야당에 끌려다닐 것이라는 두 마음이 있으니 협상은 멀어지고 두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떨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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