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산 숲길에서

허물 벗고 서 있는 쪽동백을 보고 와서

나도 허물을 벗었으면 한다

 

사는 일이 뒤숭숭하여

생강나무처럼 얼룩얼룩해진

살껍데기를 훌훌 벗고

깨끗해지는 거다

 

사람들이 뭐라는지 몰라서

허물이 된 것이니

얼룩진 건성피부를

봄빛으로 닦아내고

턱 선도 부드럽게 손질하고

 

 

내친 김에

봄이 더 익으면

 

순백의 꽃송이 두엇 가지에 걸고

봄바람을 덩그렁덩그렁 울리며

마음 편히 잠을 청하는 거다

 

그 사람과 말했으나

만져볼 수 없었던 세상의 맑은 속살들

초여름의 눈부신 햇살로

알맞게 태우면 좋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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