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육인을 찾아서-(47)손혜미 국민생활체육 전국여성축구연맹회장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16세 소녀 잔다르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축구계에도 ‘손다르크’로 불리는 전국여성축구연맹 손혜미 회장(49·대전시 서구의회 경제복지위원장)이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여자들도 월드컵 열기에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주부축구단 창설을 추진했습니다. 처음에는 인식 부족으로 선수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차츰 울산과 서울 등지에서 여성축구팀이 창설되면서 대전시장배 축구대회의 주춧돌을 놓게 된 것입니다.”

1997년에 주부축구단을 창설한 손 회장은 1998년 대전시장을 10여 차례 찾아가 여성축구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낸다.

이를 기점으로 대전시장배 전국축구대회를 14회째 치르고 있는 여성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여성 길거리 응원단의 비율을 대폭 증가시키는 주역을 담당한다.

“온 가족이 야유회 간다는 생각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축구장으로 나가는 겁니다. 저는 축구를 온가족이 사랑과 정을 나누는 행복의 중심에 놓고 싶었습니다. 아내는 축구를 하고 남편들은 친목을 다지며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아이들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현재 전국에는 200여개의 여성 축구동호회가 결성돼 있다. 그 중에서 대전은 2005년까지 5개 축구단을 창설하면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전국여성축구연맹 회장을 배출한다.

현재 손 회장은 전국축구연합회 50여명의 임원중 유일한 홍일점이다.

큰딸 정수미씨(28·대전 최초로 창립된 한밭중학교 여성 축구팀 멤버)를 국가대표 청소년 상비군으로까지 키워낸 손 회장의 열정 뒤에는 남편 정해수(50씨의 외조와 격려가 있었다.

삶 자체가 ‘봉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손 회장은 1999년 한밭여중 여성축구팀 창단 당시 시골에서 올라온 15명의 선수들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3년 동안 생활했다. 갑자기 불어난 15명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 우유배달은 물론이고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 뛰어 다녔다고.

한편 2011년 구의원 선거 출마 당시 남편이 큰 수술을 해서 거동이 불편했기 때문에 출마 포기를 망설였지만 그때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구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처음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달라는 남편의 격려 덕분이었다고 한다.

복지와 봉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장 먼저 뛰어가는 손 회장은 “아직 더 많이 봉사할 수 있는 힘과 열정이 넘치도록 남아있다”며 “그동안 전국 각지에 뿌려놓은 씨앗들을 잘 키워서 알곡으로 거둬들일 시간이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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