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에서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군주의 직책은 사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고 있다. 사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국무총리와 각 부처를 책임질 장관이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될 사람이 됐다는 소리보다 후보자의 부정적 측면만 연일 특종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국민은 걱정스럽다.

매스컴이나 여론이 부적격하다고 질책하는 것을 보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군 면제, 세금 탈루, 전관예우에 의한 과다한 보수, 논문표절 등이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후보자들은 그 당시에는 그것이 관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덮어 주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에 복부인이 전국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고, 몸무게를 줄이고, 가짜 진단서로 군 복무를 피하던 시절이 있었다. 부동산 거래는 복덕방에서 알아서 다운 계약서를 써주고, 세무서에 신고를 대행해줬다.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은 이 모든 것이 그 시절의 관행이고 관습이라고 한다. 법철학에서는 관습법이 법에 우선한다고 한다. 이 논리에 의해 면죄부를 주장하지만, 이들이 관습이라고 하는 것은 관습법이 아닌 사실로서 관습에 해당할 뿐이다. 이 모든 것이 관행인 시절에도 비난의 대상이었다.  

제16대 국회에서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더욱 문제시 되는 것은 임명동의안 부결이나 후보 사퇴의 기준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하고, 정쟁의 수단과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되는 관행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의혹으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고, 누구는 위장전입에 대해 죄송하다고 해 그냥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관습이나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정권이 바뀌어도 장관을 임명하지 못하는 통치의 공백 사태는 반복되고, 임명권자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주빈 덕에 음식 대접을 받는 무능한 반식재상(伴食宰相)을 분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관습을 버려야 한다.

인사청문회법은 임명동의안의 첨부서류로 직업과 학력, 병역, 재산, 납세, 범죄경력에 대한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 조항은 후보자의 기준으로 전관예우, 병역 불이행, 부당한 재산형성, 납세 의무의 불이행, 범죄자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는 자신들이 만든 기준대로 청문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지금과 같은 관행으로 인사청문회가 운영되는 한 병역비리, 세금탈루,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라는 4대 필수과목을 이수한 사람들이 계속해 장관을 하고자 동의를 구할 것이고, 여론과 매스컴은 이들의 신상털기에 집중해 후보자의 업무 수행능력을 검증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장관이나 공직자는 청렴해야 한다. 그러나 청렴해서만 되는 것은 아니 된다.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청백리를 판단하는 위원회가 돼서는 아니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격살인을 금지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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