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란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언제부턴가 방송, 연극, 전시, 출판 등에서 힐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마음 아픈 사람 넘치고 있으며,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새삼 놀랄만한 뉴스도 아니다.

나 또한 이 시대를 사는 불안한 현대인으로 힐링을 간판으로 하는 여러 분야를 기웃거리고 있지만 너무나 얄팍한 처치에 이 또한 새로운 소비를 종용하는 상품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터다. 하지만 강상중의 ‘살아야하는 이유’는 결코 가벼운 힐링이 아니다. 

지금껏 경험한 어떤 힐링 방안보다도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으며 현대인의 고통이 가진 사회적 맥락을 짚어주는 개인의 기쁨과 힘껏 살아야겠다는 의욕을 주었다. 불안과 좌절의 동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기를 바란다.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인물로,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 동북아 문제에 대한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 ‘고민 끝에 얻은 힘은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화제가 된 전작 ‘고민하는 힘’에 이은 후속작 ‘살아야하는 이유’에서는 우리 시대 삶의 조건과 삶의 의미에 대하여 묻고 고민한다. 특히 이 후속작이 나오는 동안 작가는 아들의 죽음을 견뎌야 했으며 일본 도호쿠 지방의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수 만명이 죽는 생생한 참극을 목도해야만 했다.

비명 같은 사건들 속에서 살아야하는 이유를 묻고 답을 길어 올리는 그의 절박함이 행간 너머에 가득하다. 그런 깊은 사유와 진정이 이 책을 펼쳐든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왜 태어난 것인가? 왜 살아야만 하는가? 왜 세계에는 행복한 자가 있고 불행한 자가 있는가? 인생에 의미는 있는가?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괴로워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 쪽에서 던져오는 다양한 물음에 대해 내가 하나하나 답해 가는 것이 아닐까? 너는 이런 굴욕을 참을 수 있는가? 너는 이런 불안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가?”

이 얼마나 놀라운 사고의 전환이란 말인가? 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곱씹으며 절대로 손에 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내달려야하는 인간의 숙명을 단숨에 풀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200페이지의 작은 책속에는 우리가 답을 얻기 힘든 인생의 의미, 종교, 행복 등 모호한 것들의 실체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가슴 벅찬 충만함을 담고 있다. 

또 저자의 탁월한 식견에 더해서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에밀 프랑클, 윌리엄 제임스라는 거인들의 치열한 고민과 통찰을 곳곳에서 되새기게 하고 있기에 작가의 말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 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고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같은 건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평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가다보면 돌아보았을 때 저절로 충분한 인생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것.”

마지막 장에서 외치는 작가의 소리가 어떤 울림으로 다가오는가? 고민 속에 답이 있다.

다시 일어날 삶의 힘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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