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고향에 내려가면 의례히 손님맞이를 위해 준비된 수정과를 맛볼 수 있다. 색과 풍미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전통음식 수정과는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고향의 맛과 명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약선 임에 틀림없다.
시원하게 담아낸 수정과를 보며 한결같이 느껴지는 것은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수정과를 음미하며 그 재료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으면 조화의 오묘함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정과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살짝 엿보고자 한다.
수정과의 주재료는 곶감과 계피, 생강, 잣이다. 곶감의 재료인 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나는 과일로 영양소 또한 풍부하다. 감은 비타민A의 모체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최근에는 베타카로틴의 항암 작용에 대한 연구결과물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비타민A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특성이 있는 영양소다. 또한 예로부터 감은 설사를 멎게 하고 배탈을 낫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것은 감에 들어있는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이라는 성분의 수렴작용 때문이다. 수렴작용이란 점막이나 피부를 수축시키는 작용을 말하며, 타닌산과 같은 수렴제의 작용으로 장(腸)점막 표면의 조직을 수축시키므로 설사를 멎게 해준다.
잣은 올레산,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주체이고 불포화지방산은 인체 내·외의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과 함께 스테미너 증진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수정과에 잣을 띄워 먹는 것은 잣에 들어있는 지방성분이 장(腸)을 윤택하게 해서 곶감의 수렴작용이 과해 생길 수 있는 변비를 예방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또한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에도 좋은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결국 곶감과 잣의 조합은 풍미를 더해주는 재료이기도 하지만 넘치거나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조력자로서도 함께하는 것이다.
계피와 생강의 효능은 몸을 따듯하게 하는 공통점이 있다. 계피는 자양강장, 흥분, 발한, 진통, 건위작용이 있으며, 특히 몸이 허하고 추위를 타는 경우 다용할 만큼 속을 따듯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땀을 내면서 혈맥을 잘 통하게 하고, 간이나 폐의 기를 고르게 함으로 온갖 약기운을 고루 잘 퍼지게 하는 기운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인체의 속을 따듯하게 하는 온리제(溫裏劑)중 하초(下焦)인 하복부 깊은 곳에 이르러 따뜻하게 하기 때문에 자궁의 혈액 순환을 양호하게 해 줌으로 월경 불순과 생리통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생강도 기·혈이 허약해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며, 겨울철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몸에 오한이 날 때, 구역질이 나거나 입맛이 변했을 때도 효과적이다. 특히 중초(中焦)인 소화기의 냉기를 몰아내는 작용이 좋아서 계피와 함께 체내의 냉기를 몰아내는 약으로 그 쓰임이 매우 넓다.
계피와 생강의 매운맛은 몸을 데우는 역할을 하지만, 불의 기운은 뭉치기 쉬운 특성상 엉기지 않고 넓게 퍼져야 하는데, 이런 오묘한 이치에 합당한 재료로 둘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수정과에는 추운겨울 한사(寒邪)에 노출된 몸을 바르게 회복시켜주고 따듯하게 보듬어주는 부모님의 마음이 담겨있고, 가장 얻기 쉬운 재료만으로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평안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몇 일후면 새해 온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설날이다.
어느 때보다 더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만복(萬福) 또한 결코 남거나 과하기보다 나눔으로 적당한, 나누어 누리는 충만함으로 받는 복 이전에 짓는 복으로 가득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