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주식은 밥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의 의·식·주에 이상적 경지는 고깃국에 쌀밥 먹고, 비단옷에 기와집에 사는 것이었다. 모든 시대나 나라에서 이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 스페인도 농민이나 도시 영세민들의 소망은 바로 `다섯 가지 바스타를 먹을 수 있는 처지'를 이상향으로 삼았다. 이에 독재자 프랑코가 내세웠던 스페인의 살림 지표는 하루 `다섯 끼 식사와 낮잠'이었다. 이처럼 90년대 초반 김일성 주석은 연두사에서 쌀밥에 고깃국 먹고 기와집에 살게 한다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최근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란 신조어는 20대 90%가 백수라는 이구백이란 신조어로 바뀌고 있다. 20대는 구직활동 중이거나 계약직인 경우가 많고,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월 소득이 낮다. 제한된 소득으로 주거비, 교통비 등 필요비용을 빼면 남는 돈이 없어서 식비를 줄이다 보니 끼니를 거르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60대 이상 남자 근로자 숫자가 20대 남자 취업자 숫자를 추월했다는 소식이다. 60세 이상은 약 180만 명으로 재작년의 170만명보다 6% 증가했지만, 20대는 약 170만명으로 2011년의 약 173만명보다 0.6% 준 것이다. 20대 취업자 수가 60대 근로자 수에 추월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취업준비를 하는 노량진 공시생들에게 한 끼 2천원 하는 컵밥이 인기다. 편의점의 700원~1천원하는 삼각 김밥이나 봉지라면으로 뽀글이 해먹는 1천200원이 가난한 20대가 한 끼를 때우는 가격이다. 그것은 무상으로 하는 학교급식의 3분의 2수준도 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복지 사각지대가 있다. “고깃국에 쌀밥”이 아닌 “라면 국물에 삼각 김밥”도 그리워하는 20대가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외면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난도 스승이다”, “지금까지 굶어 죽은 사람을 본 적 있나요?”라고 6~70년대 “진지 잡수셨습니까?"를 인사말로 해오던 어른들의 교훈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 것인가?

나는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꿈을 포기해선 안 된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지만 그 소리가 배부른 나만의 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우리에게 쌀이 부족했던 시절 5~6월 춘궁기를 보릿고개로 불렀다. 지금 20대는 인생에서 보릿고개에 해당하고 있다. 우리의 많은 20대 젊은이가 가난을 지게에 지고 삶의 마루를 넘고 있다. 그 짐을 가볍게 하려고 반값 등록금, 청년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고 있지만,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20대의 보릿고개를 낮추기보다 더 높이고 있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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