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사람은 유명세를 치른다고 투덜댄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좀 더 유명해지려고 별의 별 전략을 짜내고 수를 부려서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얻어 보려고 수작을 부린다. 그러니 유명세를 치르자니 사생활이 없어져 불만이라고 투덜대는 소리는 남들이 알아달라는 넋두리에 불과하다.

 대중의 인기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인간다운 세계를 형성해서 그렇단 말인가? 그렇지가 못하다.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더러울 때도 있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면모를 더덕더덕 붙이고 있으면서도 잔꾀를 부려서 감추고 숨기려고 갖가지 편법을 쓴다.

말하자면 명사들이 자신의 삶을 보기 좋게 꾸미려고 용을 쓴다. 모란꽃을 보라.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하지만 향기라곤 없고 꿀샘 하나도 없다. 이를 아는 벌이나 나비는 모란꽃에 앉지 않는다. 베풀 줄을 모르는 꽃임을 벌이나 나비도 안다.

모란꽃 같은 명사들은 몇 번쯤은 대중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지만 시간이 가면 드러나 대중의 인기로부터 사라져 버린다.

이러한 명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결국 인생을 헛살았다는 쓰디쓴 맛을 늦게야 깨우치는 법이다. 그리고 남에게 호감을 사려고 꾸미면서 사는 인생이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남에게 찬사를 받고 싶어서 가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다지면서 마음을 닦아 자신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깨우친 사람은 뒤편의 사람이 진실로 좋은 사람임을 알 것이다. 자유당 시절 친한 사람을 만나면 서로들 빙그레 웃으면서 “시원하십니까?”라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수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허튼 소리가 우스개소리로 난무하면 세상이 그만큼 썩었다는 반증이다.

이통 밑에서 이모씨 라는 사람이 농림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 장관은 농민을 시원하게 해주는 일보다 대통령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루는 이통이 큰소리 나게 방귀를 뀌었다는 게다. 대통령의 방귀소리를 듣자 그 장관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하며 아양을 떨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가 세상에 알려지자 그만 “시원하시겠습니다”란 말이 동요처럼 세상 사람들의 입질에 오르게 되었다.

백성에게 살기가 시원하냐고 묻는 장관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좋아지지만 대통령의 눈치나 살피면서 아양을 떨고 아부를 일삼는 장관이 많아지면 세상은 녹아나고 마는 법이다.

이통은 시원하게 대통령 자리를 마감하지 못했었다. 아주 불편하게 끝을 맺고 말았으니 이통의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던 간신들 탓으로 옹고집 이통은 밀려서 하야를 해야 했었고 세상은 뒤집어지고 말았다.

이통의 속이 시원하기를 바랬던 간신들의 무능 탓으로 이통은 심히 속상한 꼴을 당했던 셈이다. 백성이 시원해야 치자도 결국 시원하게 된다는 것을 간신들은 모른다.

한 나라의 우두머리가 간신들로 둘러싸여도 나라는 망하고 우두머리의 성질이 포악해도 나라는 남아나지를 못한다.

연산군처럼 포악한 군주가 세상을 다스렸을 무렵 다음 같은 입질이 바람처럼 백성의 입에서 불었다고 한다.

“견소의로고(見笑矣盧古), 구질기로고(仇叱其盧古), 패아로고(敗阿盧古).”

여기서 견소의로고는 하는짓이 도리에 어긋나 남의 웃음거리가 된다는 말이었고 구질기로고는 하는 짓거리가 더럽고 거칠고 음란해 구질스러움을 말하는 것이고 패아로고는 패하여 망해 망신을 당한다는 말이다.

궁궐속의 나리들은 연산군의 포악한 성질머리를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지만 백성이 그것을 먼저 알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세상이 잘되어 가면 흥겨운 민요가 바람처럼 불지만 세상이 잘못되어 가면 빈정되는 우스게 말 짓들이 폭풍처럼 휩쓸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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