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처마아래 줄지어 걸려있는 시래기를 보며 깊어가는 이 겨울에 넉넉함을 느껴본다. 아직도 푸른 기운을 오롯이 담고 있으면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영양소를 농축한 시래기들.

봄날의 기(氣)는 쑥에, 가을의 기(氣)는 무청(시래기)에 있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시래기는 오래 푹 삶아 찬물에 우렸다가 각종 반찬을 만들어 먹는데, 구수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매우 좋아 나물부터 국거리의 재료로, 혹은 시래기를 넣은 밥이나 죽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우리네 겨울철 식재료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물 실험을 통해 무청이 배추와 무처럼 초기 간암발생을 억제할 수 있고 식이섬유와 철분 함유량이 많아 죽상동맥경화증 및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영양학적 측면을 살펴보면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 함량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식이섬유는 혈액 내 포도당의 흡수지연과 콜레스테롤을 낮춰 당뇨와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며, 장내의 노폐물을 제거해 대장암을 예방하고 대장운동을 촉진시켜 장(腸)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무청은 비타민A, C를 특히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비타민A는 뱀장어 다음으로 많이 들어있으며, 비타민C는 감귤의 거의 1.7배가량 많이 들어있고, 비타민B1·B2는 뿌리보다 무청에 6~10배 더 많이 들어있다. 우리 식생활에서 부족한 칼슘도 우유의 2.5배가량 들어있으며 각종 미네랄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렇게 풍부한 비타민들은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스트레스를 줄여 정상세포의 돌연변이를 막는데 효과적이다.

국립 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자연상태에서 키운 무청에는 식물 최고의 항암제와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말한다.

한방에서도 소염, 이뇨작용, 소화촉진작용, 빈혈, 황달, 변비개선의 효용성을 보고 있다.

특히 무청에 들어있는 철분은 미네랄과 함께 흡수할 수 있어서 완전한 조혈제로서 그 활용범위가 대단히 높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무청은 효능효과가 우수한 약용식물로도 손색이 없지만 무엇보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구하고 섭취할 수 있는 서민들의 먹거리라는 점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옛 조상님들의 궁핍한 삶에서 무청은 곡식 다음으로 중요했을 것이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지금보다 높은 출산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농경사회의 특성상 출산이 노동력 확보라는 필요불가결한 생산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변변한 먹거리나 영양을 보충할 것도 마땅찮은 시절이었기에 겨우내 저장해두고 요긴하게 쓰였을 시래기가 막 출산을 한 산모나 아이에게 얼마나 소중한 보물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어머니들이 현대의 어머니들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더 건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소한 빈혈을 걱정해서 철분제를 복용하거나 영양제를 복용한 일없이 많은 일꾼들을 훌륭히 생산해내셨으니 하는 말이다.

물론 비교에 객관성이 결여됨은 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말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 이러는 것이다. TV광고에서 들었을법한 멘트처럼 좋은데~ 정말 좋은데~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최근 들어 웰빙, 유기농, 자연 먹거리, 전통식품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잘 먹었다는 의미도 이제는 얼마나 배불리 먹었나 보다 얼마나 올바른 음식으로 내 속을 채웠나를 말하는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곁에 함께해야 하지만 잊히고 외면 받은 것들을 다시 찾고 알아가는 일이 우리 몸을 살리는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며, 어쩌면 그 시작이 우리 선조들의 생활의 지혜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찾는 것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시래기,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고 기운 솟게 하는 참으로 좋은 우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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