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하여 “설계부실로 총 16개의 보 중 11개 보가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악화가 우려된다”고 하면서 종합적으로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10년 사전평가에서 사업추진계획의 적정성 등에 대해 문제가 없고, 2010~2011년 1차 감사에서는 “공사비 5천119억 원 정도가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정도의 결론과 함께 사업 타당성이나 보의 안전성 문제, 수질 악화 문제 등은 별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4대강 추진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정권말기에 ‘총체적 부실’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에 대해 감사를 정치적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처럼 정책평가를 정치적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사 평가(擬似 評價)라고 부른다.

이러한 의사평가의 예를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가장(假裝)이다. 가장은 국민을 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즉, 평가가 객관적이고 전문적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저명한 사람으로 평가팀을 구성하거나 저명한 연구기관의 이름으로 평가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지연(遲延)이다. 정책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때에 이를 가라앉히기 위하여 평가를 의뢰하고,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만(欺瞞)이다. 기만은 정책의 좋은 면만을 선택하여 평가하고 실패나 나쁜 면에 대해서는 은폐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 번째는 공공관계에 평가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인들은 자기 과시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를 하곤 한다. 고위관료나 정치인들은 자신이 상당히 성공적인 정책을 폈다고 생각하면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정책평가를 해 그 결과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관한 감사과정을 보면 정책감사를 정치적이고 전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초기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은 사업의 좋은 면만을 부각하는 기만 전략을, 집행과정에 대한 감사에서는 지연 전략을, 17일 발표에서는 가장과 부정적인 공공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국토해양부나 환경부는 기만으로 좋은 면만을 평가해, 공공관계에 활용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감사원의 결과대로 ‘총체적 부실’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감사원도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을 가져왔다면 그것은 정부 평가체계의 총체적 부실의 결과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부는 정책평가나 감사를 정치적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의사평가가 아닌 신뢰성과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정책실패를 극복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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