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1일 신임 법무장관에안동수(충남 서천) 변호사를 임명하고 신승남(전남 영암) 대검차장을검찰총장에 내정한 것은 검찰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사정기관 수장 인사에서는 `지역화합’ 요인을 고려한 측면이 두드러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 대통령이 대과없이 업무를 수행해온 김정길 법무장관을전격 교체하고 안동수 변호사를 임명한데는 출신지역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으로보인다.

김 대통령은 차기 검찰총장의 경우 검찰 조직의 안정성 등을 감안해 일찌감치신승남 대검차장을 내정해 놓았으나 김정길 법무장관의 교체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김정길 법무장관을 유임시킬 경우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모두 호남 출신이 차지하게 돼 `사정기관 호남독식’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정기관의 핵심요직은 안정남(영암) 국세청장, 이무영(전주) 경찰청장, 신광옥(광주) 청와대 민정수석 등 호남 출신의 라인업으로 짜여져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은 김정길 법무장관이 현 내각의 최장수 장관으로서 별 무리없이 장관직을 수행해 왔지만 불가피하게 충남 서천 출신인 안동수 변호사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안동수 변호사를 기용한 것은 출신 지역과 함께 그가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법조계의 평판이 좋은데다 민주당과 인연을 맺어온 점도 감안한것으로 보인다.

고등고시 사법과 15회 출신인 안 신임장관은 부산.대구.창원.인천지검 검사를거쳐 지난 75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오면서 구 민주당 인권위원장, 서초을지구당 위원장으로 15대와 16대 총선에도 출마한 바 있으며, 현재 민주당 서초을 지구당을 맡고 있다.

인권변호사로서의 평판과 민주당 출신으로서의 `충성도’를 동시에 고려한 포석인 셈이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도 “안 신임 법무장관은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활동하면서 민주인권국가 구현에 기여해 왔다”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이 신승남 대검차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한 것은 검찰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집권후반기 권력 누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내 호남인맥의 선두주자인 신 검찰총장 내정자는 사시 9회로 박순용 검찰총장(사시 8회)의 1기 후배로 서울지검 3차장, 법무부 법무실장, 기획관리실장, 검찰국장, 대검차장 등 검찰내 요직을 두루 거쳐 일찌감치 차기 총장감으로 물망에 오른인물이다.

공교롭게 신 내정자에 비해 1기 낮은 사시 10회 출신의 검찰간부는 한명도 남아있지 않고 11기에는 이명재(경북) 서울고검장, 김경한(경북) 법무차관, 김영철(경북) 대구고검장, 제갈융우(경북) 대검 형사부장 등경북 출신 4명이 포진해 있다.

또 사시 12기에는 임휘윤(전북) 부산고검장 등 6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따라서 12기 이하 기수에서 검찰총장이 발탁될 경우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조직특성상 경북 출신 11기 4명의 동반퇴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검찰조직의 안정성을유지하기 위해 유일한 9기 출신 간부인 신 대검차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했다게 여권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신승남 차장을 검찰총수로 발탁한 것은 대법관이 대부분 사시 9회 이상인 법원측과의 균형문제도 고려됐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신 내정자는 조직 장악력과 결단력을 갖춘 분”이라면서“사정기관의 장을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겨 확실하게 장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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