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2년 개봉되었던 영화 ‘집으로’는 7세 소년과 77세 외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7살 난 상우가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한참 걸어 외할머니의 집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시골 외딴집에 남겨진 상우는 전자오락기에 들어가는 건전지를 사기 위해 잠든 외할머니의 머리에서 은비녀를 훔치고, 방안에서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요강을 깨는 등 자신의 욕구불만을 외할머니에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가 그렇듯 짓궂은 손자의 투정을 포근히 감싸준다. 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은 상우에게 할머니는 ‘물에 빠진 닭(백숙)’을 해주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사람 사이에는 차츰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깊어만간다. 영화는 시골에서 부쩍 성장한 상우가 할머니의 정을 뒤로 한 채 엄마를 따라 다시 도시로 돌아오면서 끝을 맺는다.

감독은 자신이 외할머니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소재로 하여 각본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는 8가구만이 사는 충청북도 영동군 산촌면 오지마을에서 6개월 동안 촬영됐다. 주인공 상우를 제외하고는 외할머니 역의 김을분 할머니를 비롯해 현지에서 즉석 캐스팅을 하여 영화를 만든 것도 화제가 됐다.

영화 ‘집으로’는 세대를 초월한 가족 간에 따뜻한 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부모의 이혼, 생활고 등으로 인해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들 이른바 조손(祖孫)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실은 영화 속 진한 감동과 다르다. 얼마 전 전남 고흥에서 조손가정의 할머니와 손자가 촛불을 켜고 잠들었다 불이 나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6개월분 전기료 15만7천원을 못내 20일여일 전 전기가 끊기자 촛불을 켜고 이불을 두 채를 껴 덮고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허술한 복지정책의 그늘 속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비극을 맞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복지예산 100조원 돌파,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선진 복지사회'에 진입했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지만 온 나라가 대학 반값 등록금, 무상의료와 보육 등 온통 복지얘기로 떠들썩한데 아직도 복지제도의 그늘 속에서 참사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기회의 균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책임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복지는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이다.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보살피는 정책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당장 눈앞의 가난과 추위, 장애에 시달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돌보는 정책이 훨씬 더 시급하다.

금번 사건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법적 요건이 맞지 않아 국가의 공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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