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닫아 둘지를 모르고 혀를 바쁘게 내돌리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미처 모른다. 쓰잘데 없는 허튼 말을 주워섬기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 즐겁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말이 많고 경솔한 사람은 남으로부터 믿음을 얻기가 어렵다.

말이 많은 사람은 소문난 잔치 집처럼 부산만 떨지 알맹이가 없다. 이런 사람들은 허풍쟁이들뿐이다. 어진 사람은 사람을 제일 귀하게 여긴다. 어진 마음에는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따로 없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같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사람의 목숨이란 모두 소중하고 그 목숨을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진 마음은 누구에게나 공손하다.

어진 사람은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한다. 꾀를 부리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남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면서 소홀함이 없는가를 항상 살핀다.

일을 시작이 반이라면서 떠들어 놓고 끝마무리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눈속임으로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기가 쉽다. 어진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무리 한다. 이러한 심정 때문에 어진 마음 앞에서는 머리가 숙여진다.

이것은 복종이 아니라 감복인 것이다. 이처럼 어진 사람의 일은 주변 사람을 깨우치는 힘을 갖는다.

어진 사람이 사람을 사귀면 누구나 벗으로 여긴다. 속마음을 털어 주고 상대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마음이 사나운 사람들은 마치 사냥감을 찾는 것처럼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관심을 두고 냄새를 맡아보려고 코를 벌름거린다.

이용할 가치가 있으면 친한척하고 쓸모가 없다 싶으면 매정하게 돌아서서 흉을 보려고 한다. 마음이 영글지 못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어진 마음은 충실하게 사람을 맞이한다. 충실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울어야 할 일이면 같이 울고 웃어야 할 일이면 같이 웃는 마음일 것이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성실하고 충실하기를 바랄 수 없다.

현대인들은 왜 벗이 없을까? 저마다 상대편을 이용하려고 할 뿐 서로 돕고 사랑하려는 마음이 인색한 까닭이다. 사람을 사귈 때에는 성실하고 충실한 마음으로 할 것이다. 언제나 공손하게 처신할 것이며 맡은 일을 신중하게 온 정성을 들여 해야 한다.

한나라의 우두머리가 간신들로 둘러싸여도 나라는 망하고 우두머리의 성질이 포악해서도 나라는 남아나지를 못한다.

연산군처럼 포악한 군주가 세상을 다스렸을 무렵 궁궐 속의 나리들은 연산군의 포악한 성질머리를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지만 백성이 그것을 먼저 알고 빈정대는 우스개 말짓들이 폭풍처럼 휩쓸고 다녔다. 물론 세상이 잘 돼 가면 흥겨운 민요가 바람처럼 불었을 것이다.

5공 시절엔 식인종 시리즈 개그가 판을 쳤다고 한다. 그리고 싹쓸이 고스톱이 판을 치기도 했다고 한다. 남아날 것 없이 싹 먹어치운다고 백성들이 권부를 향해 원망을 했었고 그러한 원망들이 식인종 시리즈란 말짓으로 퍼져 바람처럼 불었던 것이다. 요새는 말짓을 개그라고 하면서 서로를 웃기는 식인종 시리즈를 다투어 개발해냈다.

5공 시절엔 대통령의 척족들이 너무나 탐욕스러워 싹쓸이 고스톱이 판을 쳤다. 임금하기 어려운 줄을 알면 세상은 잘되고 신하되기 쉽지 않음을 알면 이 또한 세상일 잘 풀릴 것이다.

이제는 임금이란 낱말 대신에 대통령이나 수상이란 낱말로 바꾸면 된다. 만일 전통이 대통령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깨우쳤다면 싹쓸이 고스톱 풍조로 풍자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2월 19일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백성들이 권부를 향해 빈정대는 우스개 말짓들이 바람처럼 불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덕(德)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그러한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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