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육인을 찾아서] <26> 문은모 장애인볼링협회 회장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따뜻한 연탄 한 장의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다. 연탄 한 장의 온기로 세상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는 대전시 장애인볼링협회 문은모(55· 갈마·둔산그랜드볼링센터 대표)회장을 만났다.

당연한 일을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겸손하게 소개하는 문 회장. 그는 장애인볼링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문을 열었다.

읍내동 현대볼링장에 다닐 무렵,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볼링을 치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새삼 놀라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다가 2007년 갈마프라자 5층에 볼링장을 오픈했고 그 후 1년 뒤 장애인볼링 사무국장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마른 논에 물들어가듯 조금씩 장애인 볼링에 관심을 갖게 된 문 회장은 2009년 대전시 장애인볼링협회 회장직을 맡게 된다. 이처럼 문 회장이 어려운 이웃에 대해 관심을 쏟게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고향은 충남 예산이지만 어린 시절을 서울에서 보냈지요. 그땐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웠지요. 그때 홍태선 선생님께서 2년 동안 저를 보살펴줬던 기억이 있어요. 선생님은 먹을 것도 주고 무료로 개인과외도 시켜주었죠. 그때 선생님께서 제게 해 준 말씀이 ‘네 삶에서 받은 만큼 또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삶을 살라’는 말씀이셨어요”

어린 시절 꿈이 네모반듯한 집에 살아보는 것이었다는 문 회장은 아낌없는 사랑으로 자신을 보살펴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눈에 비친 장애인들은 더 할 수 없이 맑은 햇살이고,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별빛 같은 존재들이다.

“제 삶에 맑은 미소를 짓게 하는 친구들이지요. 이들과 함께 소통하다보면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평범한 친구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더 맑은 표정과 생각을 가진 것을 느끼게 되지요. 장애인들을 보면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라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전시 장애인 쳬육회볼링연맹 선수는 약 80명 정도다. 장애인 볼링 선수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선수는 판암동 맹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임동환 선수를 뽑을 수 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임 교사는 전국체전 금·은메달 획득 등 활발한 수상경력을 자랑할 만큼 인간 승리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다.

문 회장은 비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불편함을 희석시키기 위해 장애인와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볼링시합을 많이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시합이 후에는 뒷풀이 식사 시간을 통해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섞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장애인들이 한쪽 손으로 고기를 굽고 가위로 자르려면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비장애인들이 장애우들을 위해 고기를 구워주고 가위로 잘라주면서 하나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지요”

어둠을 빛으로 이끄는 문 회장의 따뜻한 마음에서 이 겨울, 사랑의 온도탑이 쑥쑥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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