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넘어가면서 한국 사회에서 울화병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즉 한국의 문화가 변화하면서 자신의 분노를 참고만 지내는 사람은 점점 없어지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였다. 하지만 울화병의 발생 빈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울화병은 우울하고 답답하여 일어나는 심화(心火)다.

여기서 심화는 질투나 노여움 따위의 감정이 마음속에서 복받쳐 일어나는 울화로, 울화병은 몸과 마음이 답답하고 몸에 열감이 많은 병이라고 정의된다.

울화병은 심장, 마음에서 비롯되며, 분노와 같은 감정과 연관이 되고 이러한 감정을 풀지 못하는 시기(쌓아두는 시기)가 있으며 화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증상이 있는 병이라 할 수 있다.

울화병을 우울증의 한 유형으로 보는 학자도 있지만 울화병과 우울증이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더 많다.

물론 한국인의 우울증 양상이 신체화 경향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울화병과 우울증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며, 실제 연구에서도 울화병 환자의 50% 정도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울증 환자가 주로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고 대답을 잘 안하며, 정신적인 증상 특히 우울감을 주로 호소하는 반면, 울화병 환자는 치밀어 오르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고 특히 분노와 억울함을 많이 호소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우울증 환자와는 다르다.

대개 울화병이나 우울증이 만성화되면서 두 병은 서로 겹치게 되는데 증상에 있어서도 변화가 심하고 증상의 양상도 더 심하게 표현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울화병의 진단은 우선 그 특징적인 증상을 체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울화병 환자를 정신의학적으로 검진하는 것은 우울증 혹은 다른 정신 장애와의 감별 진단을 위해 필요하다.

울화병 진단을 위해서는 울화병 SCID(울화병을 진단하기 위한 구조화된 임상적 면담)를 사용하는데,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고, 얼굴이나 가슴에 열감이 있으며,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드는 것을 필수 증상으로 본다.

울화병의 진단이 증상 체크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HRV(Hea rt Rate Variability: 심박변이도)는 울화병의 경과적 판정과 울화병과 우울증의 감별진단, 그리고 울화병의 치료에서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할 것인지, 우선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할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된다.

또 DITI(Digital Infrared Thermal Imaging: 적외선 체열 진단 검사)는 울화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열감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제공한다.

기타 심리 검사로 감정평가질문지로 불안을 평가하기 위한 STAI, 분노를 평가하기 위한 STAXI, 우울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BDI 혹은 HRS-D 등이 활용된다.

울화병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인자가 있으며 이것이 장기화되어 감에 따라 사람의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다양한 신체·정서적 증상을 동시에 나타내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렇다면 울화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울화병의 특징적인 증상을 없애기 위한 약물치료가 시행된다.

약물의 선택에서 우선은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감과 불면증을 개선하는 것이 급하다.

이 증상이 2차, 3차 다른 증상으로 발전하고 또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정서적인 우울과 무력감을 치료하기 위해 상담, 명상 등이 시행된다.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근원적인 성격이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또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사고를 없애기 위한 인지치료와 잦은 다툼을 교정하는 행동치료가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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