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송재용 ‘쓰다만 주례사’ 출간

기업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써온 송재용 작가가 소설집 ‘쓰다만 주례사(예술의 숲)’를 펴냈다.

이 책은 표제작인 ‘쓰다만 주례사’를 비롯한 8편의 단편과 중편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절절하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필치로 그려냈다.

우선 그의 등단작인 ‘폭염’은 1990년대 운수회사 오너 2세의 뒤틀린 노조관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트레일러 기사들과 경영자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간관리자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또 ‘쓰다만 주례사’는 1994년 노동교육원 노사화합 소재 공모에서 최우수로 당선돼 MBC 베스트 극장에 방영된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에서는 대기업의 횡포에 신음하는 중소기업의 실상을 까발렸으며, 노사화합이 기업의 제품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코믹하게 그렸다.

특히 기업 현장에 정통한 작가는 이미 1990년대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공영(共榮)의 길을 함께 가야 하는 소위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단편소설 ‘벙어리개’에서는 경영자가 안전을 소홀히 한 결과 빚어지는 혼란과 후유증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벙어리개를 빗대어 사원들의 맹목적인 순응을 강요하는 일부 경영자들의 행태를 풍자한 작품이다.

중편소설 ‘팝 걸’에서는 대형할인마트에 입사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대리 딱지를 떼지 못한 여사원의 당돌한 CEO 도전기를 그렸다. 직장에서 보이지 않는 남녀차별의 장벽을 뛰어넘으려고 좌충우돌하는 여사원의 분투가 눈물겹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담처럼 여사원은 일에 쫓기면서도 철부지 연하 애인을 다독거려 사랑의 꽃을 피운 덕분에 행운의 여신을 만나 CEO의 꿈을 이루게 된다.

단편 소설 ‘절규’는 산업화 초창기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정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소녀가 생산현장과 ‘산업체 부설학교’에서 겪는 아픔과 방황을 그린 작품이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섬유산업에서 나이 어린 현장근로자들이 흘렸던 피와 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단편소설 ‘그믐 밤’은 1950년대 시골 떡 장사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토속적인 냄새와 해학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곱사인 남편이 집을 나간 후 돈 많은 방앗간 영감의 유혹에도 끄덕하지 않는 떡장수의 정절은 본받을 만하다.

3년 만에 집에 돌아온 곱사 남편은 강원도 숯가마에서 일을 하다 발을 데어 설사가상으로 절름발이가 된다. 하지만 마누라는 남편이 절름발이가 된 걸 자기 탓으로 돌리고, 살아서 집에 돌아온 것만도 천만다행으로 여긴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의 공통된 특징은 속도감 있는 문장과 확연한 갈등 구조에 기승전결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실와 허구를 뒤섞어 명쾌하고 읽기가 쉽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주로 가난에 찌든 서민들이나 힘이 없는 약자들이고, 현실의 모순에 신음하고 분노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더 나은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설가 송재용은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45세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늦깎이 작가다. 그는 문단 주변에 서성거리지도 않았고, 오직 혼자 글을 써왔다.

송재용 작가는 “그동안 직장일과 소설 쓰는 일을 병행하다 2년 전부터는 작품 쓰기에 전념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동안 틈틈이 써 놓은 장편소설을 계속 펴낼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약속했다. (☏010-3355-8800)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