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어느 식당으로 가족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와 학생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콩국수를 주문한다. 몇 마디가 오간 후 각자의 휴대전화를 갖고 무언가를 한다. 식사가 나오자 별 말 없이 식사를 시작한다.

 장면2. 어느 토요일 오후의 커피숍. 젊은 남녀 다섯 명이 모여 차를 마시고 있다. 카메라를 만지고 있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휴대전화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 가끔 자신의 휴대전화을 옆사람에게 보여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다 곧 각자의 핸드폰으로 눈길을 돌린다.

 장면1은 제가 올해 완도에 갔다가 본 것이고 장면2는 청주 명암지 근처 커피숍에서 본 것입니다.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폰이 3천만대를 넘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사람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 중에는 학생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의 변화도 있겠지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방과 후에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학교수업이 끝나면 주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가끔 용돈이 생기면 주로 만화가게에 갔었고, 그 이후에 전자오락실이 생기면서는 친구들과 오락실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놀던간에 항상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약 10여년전만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누구와의 약속 때문에 기다릴 때 그 잠깐의 시간에 책을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이 흔한 풍경이였지만 근래에는 책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이 매우 드물고 낯선 일로 느껴집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약 76%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휴대전화을 이용해 짜투리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매우 중요한 업무처리나 전자책을 읽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게임이나 노래듣기, 소셜웹 등 흥미 위주의 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반면에 긴밀한 인간관계를 해치고, 사람을 능동적이고 주도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친구와 말로 대화하는 것보다 문자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한 너무 많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우리에게 깊은 사고를 할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고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고 일회성의 세계에서 살게 합니다.

밀란 쿤데라의 책 ‘느림’에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정도에 정비례한다.’

디지털과 인터넷, 소셜웹이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의 부정적인 면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거나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점입니다.

깊은 사고를 통해 여러 현상들의 상호 관련성을 알아내 이해하고 창의력을 길러야 하는 학생들이 자극적인 것에만 익숙해지고 남이 전달해주는 정보에만 매달리게 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된다면 우리의 미래도 암울해지지 않을까요.

너무 과도한 편리함이 인간의 사고를 퇴보시키고 있다는 것에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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