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육인을 찾아서-(16)이광종 승마협회 회장]

불교의 선문답 조주선사 편에 보면 ‘끽다거(喫茶去) 여보게! 차나 한잔 하고 가세나’라는 말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도를 이룰 수 있을까 물으러 온 제자에게 조주선사가 이른 말이다. 차나 한잔 하고 가라는 말 속에는 이미 너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 차나 마시고 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조주선사의 대답처럼 자신의 직업을 묻는 질문에 “저는 백수예요. 직업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백수산업 대표이사예요”라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대전승마협회 이광종 회장(60).

그는 자기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할 일 많은 백수라고 소개한다. 이 회장과 대전승마협회와의 인연은 승마 국가대표 이규언(30)의 아버지라는 이름만으로도 그 설명이 충분하다. 일찍이 승마에 관심이 많았던 이 회장은 우연히 아들과 승마장에 갔다가 말을 타고 싶다는 아들의 요청을 들어줬다고 한다.

“청주외고에 다니던 아들한테서 승마 선수의 자질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공부에도 웬만큼 자질을 보였던 녀석이었는데 갑자기 승마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청주외고에서 대전체육고로 전학 시켜서 본격적으로 승마 훈련을 받게 했지요”

이 회장은 1998년 당시 아들이 가진 승마의 재능을 발견하자마자 하고 있던 사업을 정리하고 대전으로 옮기면서 대전승마협회와 인연을 맺는다.

이 회장이 처음 대전 승마협회와 인연을 맺을 당시만 해도 대전승마협회는 전국체전에서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해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던 대전승마협회에서 훈련을 시작한 이규언이 전국체육대회에서 대전시체육회 이름으로 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이처럼 대전체육회가 승마에서 메달을 획득하면서 이 회장은 대전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써 긍지를 느꼈다고.

이 회장이 말하는 승마의 매력은 다른 운동과 다르게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과 말의 호흡이 일치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승마는 말과 사람이 혼연일체 돼야 하는 운동이므로 결국, 사람과 동물의 소통이라고 설명한다.

또 무엇보다도 말 잔등의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마치 조선시대 제왕이 된 것처럼 세상을 다 가진듯한 뿌듯함이 느껴지는 운동이라는 것. 더불어 신체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괄약근 운동에 효과적이라 남성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운동이라고 추천한다.

김 회장은 “저는 43세가 되던 해에 제가 목표했던 경제적인 부를 다 이뤘다고 생각했다”며 “43세 이후의 삶은 특별한 직업 없이 백수로 살아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자신의 인생철학을 정리한다.

그의 이러한 인생철학에는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운이 따르는 법이라서 운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제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부를 축적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아들이나 후배들에게는 나는 그릇이 작아 목표를 작게 잡았지만 너희들은 나이에 맞게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서 하나하나 이뤄 나가라고 조언한다. 후배들에겐 꿈과 포부를 크게 가지라고 말하지만 정작 이 회장 자신은 비움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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