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대전 세팍타크로협회장

“외국인노동자로 국내에 입국했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친구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어눌한 한국말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엔 너무 높은 소통의 벽에 가로 막혔을테니까요.”

대전시세팍타크로협회 김정숙회장(58·만두레 대표)의 말이다. 생활과 봉사가 가슴과 등처럼 맞닿아 있어서 자신의 삶에서 봉사의 삶을 따로 떼어낼 수 없다는 김 회장. 그녀의 명함에 적힌 공식 직함은 대전시세팍타크로협회장이다.

하지만 공식 직함 뒤에서 술술 풀려나오는 삶의 실타래에는 젊은 시절부터 봉사자의 삶을 살아온 수많은 인생의 포도알들이 알알이 박혀 있다. 이중에 세팍타크로 회장이란 직책은 봉사자의 삶을 이어오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주어진 이름이다.

13년째 세팍타크로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김 회장은 “세팍타크로가 비인기 종목이라서 선뜻 회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장기 집권을 하게 됐다”며 “세팍타크로 회장 권유도 작은 봉사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제의 받았다”고 한다.

아들 같은 세팍타크로 선수들을 위해 곰국을 끓이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늘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발바닥에 땀이 고일정도로 뛰고 있지만 그래도 늘 더 채워주지 못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란다. 혹 선수들이 여자회장이라서 쉽게 자신의 어려운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우려도 있다고.

어린 시절 꿈이 고아원 원장이었다는 김 회장은 “상황이 허락된다면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해외 선교를 하고 싶다”며 “혼자사는 노인 3천명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남편의 외조에도 늘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항상 따뜻한 나눔의 정을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 퍼 주기 좋아하는 김 회장은 오류동한우 석갈비 전문점 ‘만두레’ 식당 대표다. 김 회장의 삶의 족적을 한 눈에 보여주는 듯한 만두레라는 식당 이름이 참 인상적이다. ‘만두레’는 대전시에서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복지만두레와 많이 비슷한 이름. 그래서 ‘만두레’라는 식당 이름은 누구보다 앞서서 내 동네 내 이웃을 위해서 열심히 봉사한 삶을 한 눈에 보여주는 명찰 같은 이름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용히 식당 한 켠에 놓인 액자 두 개를 보여준다. 일반인들은 명화가 담긴 고가의 액자를 소중히 여기겠지만 김 회장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보물은 제소자들이 보내준 감사의 편지와 ‘만두레’ 라는 글자를 빼곡하게 적어 정성을 가득 담아 보낸 작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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