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이나 대형 행사장에 가면 어김없이 교통을 통제한다고 ‘주차금지 견인조치’라는 표시판을 설치한다. 이러한 모습은 휴가철 대부분의 휴양지에서도 볼 수 있다.

그 표시판이 주차장을 알려주는 표시판보다 더 많다. 문제는 주차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하니 금지표시가 없는 먼 거리에 불법주차를 하게 된다. 이를 볼 때 우리 사회는 아직도 통제 중심의 사회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통제를 위한 규제정책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고자 한다. 그러나 부정적 이미지 정책은 규제의 악순환을 가져와서 더 많은 규제를 만들어내게 된다.

주차금지라는 표시판에다 견인조치를 덧붙이고, 다음에는 더 자극적으로 ‘벌금 3만원’이라는 글자가 추가될 것이다. 재래시장과 서민을 보호한다는 이름으로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재래시장이나 대로변에 ‘주차금지 견인조치’ 표시판을 늘리고, 감시를 위한 CCTV를 증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사람들은 주차가 편리한 대형할인점을 찾게 되고, 점심시간이면 주차공간이 넓은 교외의 음식점까지 마다치 않고 간다. 그 결과 재래시장은 더욱 침체하고 시내 음식점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업종 변경을 한다.

재래시장과 SSM의 싸움을 긍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재래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해 SSM에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그대로 두고 SSM만 통제한다고 소비자가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지난해부터 정부나 자치단체는 재래시장 갓길주차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민 경제 활성화와 국민 편의의 증진이라는 명분이다. 바람직한 방향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정책의 전환이다.

충주시청에서 청주시청까지 약 70㎞ 정도 된다. 그 과정에 약 70여 개의 신호등이 있다. 그 신호등은 매년 1~2개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달리는 시간이나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나 비슷하다. 얼마 전부터 이 구간에 밤 11시 이후 신호등 대신에 주의를 요구하는 황색등이 만들어졌다. 그 후로 교통사고가 늘었는지에 대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시간과 에너지 절약을 가져온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신호등이 빨간색이지만 주변에 사람이나 자동차가 없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건너고, 자동차도 정지하지 않고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사람이 없는 데, 자동차가 없는 데 빨간 등이라고 서 있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한다. 교통에 불편이 없는 데 ‘주차금지 견인조치’한다는 것은 전시행정이 될 수 있고,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

밤 12시 이후 사람이 없는 도로에서 빨간 등이라고 정차한 사람은 신호를 준수할 것인지 위반하고 지날 갈 것인지에 대해 갈등을 가진다. 보행자의 입장에서도 같다. 합리적 사회, 합리적 정책은 자동차가 없는 데도 30초, 1분을 빨간 등이라고 건너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자동차가 없거나 사람이 없으면 건널 수 있는 사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통제와 규제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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