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꾼 세 권의 책--이광형 변호사
나를 바꾼 세 권의 책--이광형 변호사
  • 충청매일
  • 승인 2012.09.18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들이 좋다는 대학을 나와 사법시험을 합격해 검사로 18년 근무하고 지금 변호사를 하고 있으니 책을 통해 공부를 해서 본전을 뽑은 셈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인생의 계기마다 나를 변화시켜 준 세 권의 책을 소개하려 한다. 자기계발서도 아닌 평범한 책들이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은 넉넉한 편이 아니었고, 용돈이라는 것이 따로 없었다.

책을 한 권 사면 빠른 시간에 다 읽고 서점에 다시 가서 다른 책으로 바꿔 읽어야 하니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한 번은 학교에서 우리 속담 10개 이상을 적어 오라고 숙제를 받았는데 어른들에게 물어도 다 채울 수 없어 서점에서 ‘한국의 속담’이라는 책을 샀다.

이 책도 당연히 다음날 아침 다른 책으로 바꿔야 하니 그 책에 있는 속담 300개를 모두 공책에 옮겨 적었고, 숙제로 제출했다. 이 때부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점에 가서 책을 찾으면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 것 같다. 이후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을 하고 반배치를 위한 시험을 보았는데 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영어 과목에 자신감이 없어져 버렸다.

누군가로부터 제일 어려운 책을 사서 깡그리 외워버리라는 말을 듣고 산 책이 ‘성문종합영어’이다.

입학식 전에 두 달간 이 책을 외우는 데 도전해 보기로 하고 막상 시작을 했는데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고, 하루 종일 노력해도 한 페이지 외우기도 힘들었다. 며칠 간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했는데 소리내어 100번씩 읽으면서 일주일이 지나니까 진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두 달이 지날 무렵에는 웬만한 영어 문장 한 페이지 정도는 한 번 읽고도 즉시 암기가 되는 신기한 현상이 생겨났다. 이런 체험을 통해 집중력과 암기력이 높아져 다른 과목의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군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타자기로 업무를 보다가 컴퓨터라는 것을 처음 접했는데 너무도 신기하고 편리해서 몇 달간 컴퓨터 작동법을 익혔다.

검사로 임관할 때 군대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당시 최신이던 286컴퓨터를 사서 첫 출근을 했는데 검찰에는 컴퓨터가 귀하던 시절이라 이 정도로도 컴퓨터 전문가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초임 검사인데도 갑자기 불려 가서 ‘검찰의 컴퓨터 도입계획을 위한 회의’에 참석했을 때 여기서 LAN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는 다음 회의때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날 바로 서점에 가서 ‘LAN입문’이라는 책을 사서 밤새 읽었다.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서점에 가다 보니 컴퓨터와 관련한 책자만해도 수십권이 쌓이게 됐고, 처음에는 가짜 전문가였던 내가 서서히 진짜 전문가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는 검찰의 컴퓨터 관련 중요 직책을 맡아 해커를 잡아 들이기도 하고, 대형 사건에서 압수된 컴퓨터를 분석해 증거를 찾아내는 활약도 하게 됐다.

이런 수사기법을 활용해서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는 수사를 주도하면서 100조원이 넘는 국가이익을 지켜내는 데 일조했다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의 이야기지만 나는 무엇인가 알고 싶으면 서점에 가서 해답을 찾았다.

어려웠던 성장환경이 책의 소중함을 알게 해줬고, 책을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해줬다.

오늘의 나는 지금까지 읽은 책으로 만들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