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의 눈치만 살피는 사람은 윗사람의 비위를 맞춰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러한 사람은 강자에게는 약하지만 약한 자에게는 사정없이 매섭게 군림하려고 한다.

만일 윗사람의 눈에 벗어난 동료가 있다면 그만 그 사람은 미운 오리 새끼처럼 취급을 받게 마련이다.

동화 속에 나오는 미운 오리 새끼는 커서 백조가 되지만 인간 사회에서 미운오리 새끼가 되면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따돌림을 당하고야 만다.

어느 재벌이나 회장의 장남은 모든 임원들로부터 대접받게 마련이다.

새로운 회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재벌의 회장은 장남을 몹시 학대하면서 자재창고의 관리자로 앉혀 놓고 허드레 일들을 마구 시켰다.

뿐만 아니라 임원들 앞에서 호되게 장남을 꾸중하면서 왜 그리 무능하냐고 아버지 회장은 힐난을 일삼았다.

그래도 그 장남은 아무런 대꾸없이 조아릴 뿐 잠바차림으로 현장에서 맡겨진 일만을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임원들이 장남을 회장께서 훈련을 시키기 위해 회사의 사정을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장에 포진시킨 것으로 여기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두 해가 가도 기획실 책임자나 아니면 중요한 요직으로 옮겨 앉지 못하고 계속 무능하다고 핀잔만 받자 회장의 장남을 거들떠보지 않으려는 임원도 있었고 후계자가 되기는 물 건너갔다고 여기는 임원들이 날로 늘어났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장의 장남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창고지기를 하면서도 큰 회사의 경영감각을 남모르게 닦고 있었다.

자재의 반출과 반입, 자금의 흐름 등등을 꼼꼼히 살피면서 회사의 명암(明暗)을 나름대로 진단하면서 아버지를 보필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지고 있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회장은 천수(天壽)를 다하고 눈을 감았다. 변호사가 입회한 자리에서 유언장을 열어 보았다.

현장에 있었던 모든 임원들은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당황했다.

모든 경영의 정점을 장남을 필두로 하도록 유언장에 짜여 있었던 까닭이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하대하거나 얕보거나 없이 여겼던 장남이 새로운 회장으로 되어 있었으니 얄미운 임원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개는 도토리를 먹지 않으므로 밥통에서 도토리를 따돌려 놓지만 사람을 그렇게 해하면 안 된다.

사람은 나름대로 할 일이 있게 마련이고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는 법이다.

명(命)을 달리한 회장은 큰 아들의 심지를 열심히 관찰하면서 회장의 자리를 잇도록 훈련을 시키고 있었던 것을 모르고 임원들이 얕보았던 셈이다.

알고 보면 회장은 어느 다른 아들들보다 더 애정을 지니고 있었음을 어리석은 임원들이 몰랐다. 이러한 어리석음은 공자의 제자들에게도 있었다.

공자의 집에서 어느 날 자로가 거문고를 탔었다. 자로의 거문고 솜씨가 몹시 거칠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공자는 지나는 말로 저렇게 거친 거문고 솜씨는 자로의 성격과 같다고 흉을 보았다. 선생이 본 흉을 다른 제자들이 듣고는 자로를 없이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를 안 공자는 자로가 학문의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 근처에는 가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이 자로를 다시 보게 됐다. 이러한 얍삽한 제자들을 공자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 가는 무리들로 여겼을런지도 모른다.

부처님께서도 많은 제자들에게 보고 듣는 것은 모두 가짜이니 거기에 연연하지 말고 알맹이를 구하고 깨달음에 정진하라고 설법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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